베버는 피아노 연주의 명인이었음은 물론, 기타 연주와, 문학, 작곡, 지휘 분야에도 대단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그는 성악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었지만 와인인 줄 알고 마신 ‘초산’이 화근이 되어, 성대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게 되었다.

그의 나이 18세에 오페라단의 음악감독이 되었는데, 나이 어린 지휘자가 까다로운 태도를 취하자 단원들과 적지 않은 갈등이 생겼고, 자존심 강한 그는 그 자리를 사임했다고 한다.

그러나 베버는 그 이후에도 지휘자로서 많은 활약을 하였고, 지휘 분야에서 후대에 남을 많은 업적을 남겼다. 옛날 음악 영화를 보면 관현악단의 바이올린이나 쳄발로 연주자가 지휘를 겸해서 연주하는 장면을 종종 볼 수 있는데, 지금처럼 지휘자가 앞에 서서 지휘봉을 들고 지휘하는 것도 베버가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베버의 멜로디는 모차르트의 멜로디처럼 부드럽고 아름다우며 기품이 있으며, 부드럽고 아름다운 멜로디에는 독특한 개성미가 번뜩인다.

그러한 독창성의 원동력은 바로 화려한 화성 진행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멜로디는 얌전한 분위기지만 대담한 화성 진행을 사용하여 ‘대중성’과 ‘독창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다.

베버는 악기를 사용할 때도 이전에는 쓰이지 않던 연주 테크닉을 도입하였으며, 악기의 고음역과 저음역을 최대한 활용하였고, 각 악기가 낼 수 있는 다양한 음색을 구사할 수 있도록 작곡하였다.

베버가 가장 사랑한 악기는 바로 ‘클라리넷’이다. 클라리넷을 전공하는 선후배와 동기들과 음악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에게 베버는 매우 각별한 작곡가로 여겨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베버가 작곡한 클라리넷 협주곡은 두 개가 있으며, 협주곡(Concerto)보다 조금 작은 형식인 ‘콘체르티노(Concertino)’도 있다.

오늘 들으실 곡은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제1번 F단조 Op.73’이다. 이 영상은 작년 8월 치악예술관에서 연주한 실황이며, 원주시립교향악단의 연주이다. 클라리넷 독주는 원주 출신의 클라리네티스트 유영호 님이며 이날 공연은 원주 출신의 연주가들만으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이 곡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그때까지 전해오던 협주곡의 형식과는 살짝 다르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고전 협주곡의 1악장들은 보통 이른바 ‘협주곡용 소나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즉, 처음 시작 부분에서 이 곡의 주제선율을 선보이는 ‘제1제시부’가 있고, 이후 독주 악기가 ‘제1제시부’에 나왔던 선율을 다시 연주하는 ‘제2제시부’가 있다.

베버보다도 한참 후배인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만 하더라도 이러한 형식을 기반으로 하였는데,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은 관현악 부분의 멜로디와 독주 악기 부분의 선율이 다르다. 베버가 고전파 음악 형식의 틀을 벗어나 낭만주의 시대를 연 인물이라는 것이 이 협주곡을 통해서도 증명되는 셈이다. 

그러나 아직도 멜로디 전개라든지 관현악법 등은 고전주의 음악과 많이 닮아있는 것도 사실이다. 1악장 첫 부분의 비장하고도 웅장한 관현악 합주는 마치 모차르트의 레퀴엠을 연상시키며, 1분 정도 이러한 분위기가 지속된 후 곧바로 클라리넷 독주의 구슬픈 선율이 나오는데, 바로 이 부분이 1악장 첫 부분과 달라진 멜로디다.

베버의 클라리넷 협주곡 1번을 들어 보면, 모차르트의 멜로디와 같은 분위기 속에서도 낭만파 음악의 성향이 배어나오는 부분도 있고, 전형적인 고전파 음악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으며, 낭만파적 특징이 강한 부분도 공존함을 느낄 수 있다.

베버를 가리켜 “낭만파 음악의 선구자”라고 일컫는 이유가 바로 이러한 이유다.

https://youtu.be/LQb5Yu6q0Ys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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