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토록 作 / 쇠뿔
[시가 있는 아침]이토록 作 / 쇠뿔
  • 임영석
  • 승인 2020.10.26 0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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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뿔

-이토록 作

 

뿔은 언제
뿔이 솟나

이랴, 이랴, 워, 워,

몸이 전부
의성어인 아버지는
소였다

그 둥근,
눈을 껌벅이며
무릎이 툭 꺾일 때

보았다
뿔은 비로소
날 향했다

 

이토록 시조집 ‘흰 꽃, 몌별’, ‘작가’에서

소뿔이 주는 상징성은 공격보다는 방어를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먹이를 잡아먹는 맹수들은 뿔이 없다. 뿔이 있으면 공격을 할 때 공격에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초식동물들이 대체로 뿔을 지녔다. 소도 초식동물이다. 이토록 시인은 일만 하시는 아버지가 자식 앞에서 어쩌지 못하고 무릎을 툭 꺾일 때 자신을 향한 마음이 뿔로 비추었다고 고백한다. 무엇을 나무라기 위해 고추 선 뿔을 들이밀었겠는가 싶다. 자식의 삐뚤어진 마음을 바로잡기 위해 빗나간 쪽을 향해 뿔을 들이밀었을 것이다. 아버지는 평생 "이랴, 이랴, 워, 워"하며 소를 몰아 밭을 갈며 사신 분이다. 그러니 소와 한 몸의 생을 살았다. 눈 껌뻑이는 일 말고 밥 먹는 일 말고 무엇을 더 추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식들 밥 먹이고 가르치고 키우는 일에만 생을 받쳤을 것이다. 이토록 시인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바라보는 마음의 거울을 시를 통해 바라보고 있다. 이렇게 시인은 쇠뿔을 스스로 바라보는 마음을 키우고, 아버지의 거친 숨소리 속에 흘러나오는 "이랴, 이랴, 워, 워"라며 소를 몰아가며 사는 아버지의 말을 배운다, 나를 바라보는 귀를 갖고, 눈을 갖고, 마음을 갖는다는 게 시인의 참된 삶이라 생각한다. 그 마음 길을 걷기 위해 첫 시조집을 낸 것에 응원을 한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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