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나름 코로나19 시대를 즐기는 법
[기고]나름 코로나19 시대를 즐기는 법
  • 정혜원
  • 승인 2020.11.01 2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혜원 동화작가 [박경리문학공원 소장]
△정혜원 동화작가 [박경리문학공원 소장]

참 질기다. 코로나 참 질기다. 그만하면 할 만큼 한 거 같은데 아직도 세월만 잡아먹고 물러가지 않으니 말이다. 세계 경제를 마비시키고 모든 인간관계를 절단 내고도 멈추지 않는다. 아무튼 코로나19와 관련된 단어는 ‘우울·공포·단절·침체’와 같이 별로 기분 좋지 않은 것들뿐이다.

최근 기사를 보면 시민들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보니 한국소설 판매량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제일 잘 팔리는 책은 실용서적, 즉 참고서와 자기계발서 같은 것이다. 그런데 생각지도 않게 소설책이 잘 팔린다고 하니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힘들고 갑갑한 시간을 모국어로 창작한 한국소설, 공감형성이 쉽게 되는 소설을 읽으면서 견디고 있는 것이다. 오늘은 어린이의 독서에 대해 이야기해볼까 한다.

무산되었다. 어린이가 학교 가는 것도. 학원 가는 것도. 비대면으로 수업을 받고 비대면으로 행사에 참여하게 되었다. 한국 부모들의 극성을 아시다시피 최강이다. 코로나가 창궐하지 않을 때도 부모들은 자신이 사볼 책을 포기하고 자녀들에게 책을 사주었다. 그래서 그나마 어린이책 시장은 살아남아 있는지 모른다. 물론 여기도 어렵다는 아우성은 십수 년 전부터 들려왔지만. 학교에 가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 할 어린이가 집에 갇혀 지내게 된다. 역동적인 어린이에게 정말 못 할 일이다. 부모들은 인터넷 서점을 통해 더 많은 책을 구입해서 자녀들에게 읽게 했다. 게임 빼고 딱히 더 재미있는 것도 없는 어린이는 책을 읽게 되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이는 대신 집에서 안전한 독서를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서 책을 제일 많이 읽는 연령대는 유치원부터 초등학생이다. 교육이라면 극성스런 부모들은 자기 자신보다 자녀들의 책을 먼저 구입해주었다. 독서가 주는 긍정적인 효과에 대해 알기 때문이다. 공연이나 게임, 운동처럼 바로 감동이나 효과가 나타나는 것과 달리 독서는 책을 읽어야 하는 수고스러움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 수고를 넘어서면 놀라운 신세계를 발견할 수 있다. 오랜 시간 앉아서 독서하는 습관이 길러진다면 오래 학습할 수 있는 기본틀을 확립할 수 있다. 문학적으로 볼 때도 풍부한 어휘 습득을 통해 문장해독력이 남보다 뛰어나게 되다 보니 국어과목은 자연히 잘할 수 있게 된다. 또 독서를 통해 전반적인 인문학을 접하게 됨으로 해서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교양을 쌓을 수 있고 타자와의 소통도 자연스럽게 해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가장 유익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상상력과 창의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것은 현대사회는 물론이거니와 미래사회를 살아가는데도 꼭 필요하다.

최근에는 문학이 문학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문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장르와 콜라보를 하게 되었다. 각 영역을 존중하지만 또 각 영역을 콜라보 함으로 해서 얻어지는 시너지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필자가 과거에도 이런 방식을 시도했지만 최근 더 공을 들이는 것은 한 편의 필자 동화로 음악인과 동화 콘서트를 기획하는 것이다. 동화를 근간으로 그에 따른 음악을 작곡하고 그것을 연주하고, 동영상을 만들고 성우나 연극배우들이 연기를 하는 동화 콘서트가 그것이다. 각각 다른 영역이 또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 셈이다. 기획자나 예술가들도 즐겁고 다채로운 방식으로 문화행사를 접하는 어린이도 사고의 폭이 넓어지고 삶도 풍요로워질 것이다. 코로나 시대에 독서가 확대되고 비록 비대면 행사가 될지라도 문학을 근간으로 한 다양한 문화행사를 통해 어린이의 심미안이 밝아지고 상상의 날개를 다는 기적이 생기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