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박유석 作 / 탄차를 밀어주던 달
[시가 있는 아침]박유석 作 / 탄차를 밀어주던 달
  • 임영석
  • 승인 2020.11.15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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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차를 밀어주던 달

-박유석 作

 

밤새
탄차가
덜컹덜컹
석탄을 실어 나르는데

그 탄차를
졸졸 쫓아다니며
함께 밀어주던

이름 모를
새도
함께 있었다

 

이갑창 엮음 ‘박유석 문학 50년사’, ‘도서출판 태원’에서

 

 

한 사람의 삶을 통째로 담아 그 시간을 기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층층 잘 되새겨 보게 만들어 놓은 자료집을 받고, 박유석이란 시인의 많은 작품들을 읽었다. 강원도하면 근대화 산업을 이끌었던 것이 석탄산업이다. 태백, 영월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석탄 광업소가 있었으나 이제는 그 명맥조차도 이어가기 힘든 상황이 되어 있다. 세상이 어제 가장 소중한 것이 오늘 가장 천대를 받는 것이 되어 있다. 사람이라 해서 다를 게 없을 것이다. 읽어보는 시 ‘탄차를 밀어주던 달’은 밤낮없이 일하던 시절, 탄차를 밀며 밤하늘 휘영청 떠 있는 달빛을 보며 마음의 하늘을 바라보던 그 빛나는 눈빛을 떠올리게 한다. 세상이 온통 시커먼 탄으로 뒤덮여 있지만, 그래도 하늘 한가운데 밝게 빛나는 하늘은 아무리 탄가루가 날려도 뒤덮을 수 없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들 삶의 시간도 그렇다. 어제 분명 모든 세상이 빗물에 젖어 있었지만 해가 뜨면 언제 그랬냐는 듯 젖은 땅이 말라 있다. 그런 맑은 꿈을 담은 게 탄차가 아니었을까 싶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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