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니’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체르니 30번’ 피아노 연습곡집이다. 피아노 초보 시절 ‘바이엘’로 시작하여 ‘체르니 100번 연습곡집’과 ‘하농(Hanon) 연습곡집’, 그리고 체르니 30번, 40번, 50번의 순서로 연습을 하게 된다.
물론 지금은 ‘알프레드’, ‘피쉬나’, ‘베스틴’ 등 수없이 많은 종류의 피아노 교재들이 있지만 1900년대까지만 해도 ‘성문종합영어’가 영어의 필수 교재로, ‘수학의 정석’이 수학의 필수 교재로 여겨졌듯, ‘체르니’ 피아노 연습곡집도 ‘바이엘’, ‘하농’과 함께 오랫동안 우리나라 피아노 교육의 필수 코스로 여겨져 왔다.
‘바이엘’, ‘하농’ 등 교재 이름은 모두 작곡가의 이름이며, ‘체르니 연습곡집’의 수록곡을 작곡한 사람이 바로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체르니(Carl Cerny, 1791-1857)’다.
모차르트가 세상을 떠난 해에 태어난 체르니는 어려서부터 ‘피아노의 신동’으로 주목을 받았으며, 9세 때 연주회에서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할 정도였다.
그는 열 살 때부터 베토벤에게 피아노와 작곡을 배우기 시작했다.
‘훔멜(J. N. Hummel)’과 ‘클레멘티(Muzio Clementi)’, 그리고 ‘살리에리(Antonio Salieri)’ 등을 사사(師事)하기도 했고, 아버지와 베토벤 사이의 오해로 잠시 베토벤 곁을 떠난 적도 있었지만, 복귀한 후에는 베토벤이 세상을 떠날 때까지 스승으로 모셨으며, 베토벤의 피아노곡 대부분을 외워서 칠 수 있었던 명실상부한 베토벤의 수제자이다.
베토벤에 대한 수많은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중에는 베토벤의 전기 작가인 ‘안톤 쉰들러’가 지어낸 이야기들도 많다고 한다. 베토벤에 관한 모든 일화들을 전적으로 신뢰할 수 없는 이유다. 그러나 베토벤의 수제자였던 체르니가 직접 언급한 이야기들은 음악학자들 사이에서도 신뢰성이 높다고 한다.
피아노 연습곡집으로 유명한 ‘체르니’지만, 오늘 칼럼의 내용처럼 그의 존재가치는 피아노 교육 외에도 베토벤의 연구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는 데에도 있다. 체르니 덕분에 우리는 베토벤의 훌륭한 음악을 제대로 전수 받을 수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체르니는 ‘바하(J.S.Bach)’의 작품을 널리 알리는 데에도 큰 공헌을 한 사람이다. 체르니는 바하의 작품을 더욱 연주하기 편하게 교정본을 출판했는데, 그로 인하여 많은 사람들이 바하의 작품에 좀 더 친숙해질 수 있었다.
사실 체르니가 출판한 바하의 작품 교정본은 원곡을 비교적 많이 수정했고, 살을 덧붙이기도 했기 때문에 당대의 평론가들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바하의 대중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인정받을만한 업적이다.
체르니가 베토벤의 수제자이며, 바하 음악의 전승자였다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주목받아야 할 인물이지만, 또 하나 그의 중요한 업적은 바로 그가 천재 피아니스트 ‘리스트(F.Liszt)’를 길러냈다는 것이다. 우스갯소리로 “체르니 교본을 열심히 연습하면 리스트처럼 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 감상하실 곡은 피아노를 배우면 누구나 한 번쯤은 연주하게 되는 ‘비엔나 행진곡’이다. 피아노 연습교재의 대명사인 ‘체르니’의 작품답게 양손 스케일로 시작하는 첫 부분이 눈길을 끈다.
고전파 끝자락의 향이 그대로 배어 있는 이 곡은 초급 피아노 입문생들이 출전하는 각종 콩클대회나 피아노 학원의 발표회 등에서 단골 메뉴로 채택되어지는 곡이며, 연탄곡으로도 출판되어 피아노 초보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연탄곡이란 하나의 피아노에 두 명의 연주자가 함께 앉아 연주하는 형태를 말한다. 필자도 피아노를 처음 배울 때 여동생과 함께 이 곡을 ‘연탄곡’으로 쳤던 기억이 있다. 오늘 감상하실 유튜브 영상도 ‘연탄곡’ 형태의 연주이며, 원곡에 있는 도돌이표는 과감하게 생략하였다.
https://youtu.be/RBbeL-oAikE (클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