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도시 곳곳, 사람이 앉아 쉬는 의자가 필요하다
[세상의 자막들]도시 곳곳, 사람이 앉아 쉬는 의자가 필요하다
  • 임영석
  • 승인 2020.11.22 1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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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의자(倚子)는 사람이 엉덩이를 붙이고 앉을 수 있는 도구를 말한다. 때문에 각 도시마다 의자를 그 지역의 특산물의 이미지를 형상화해 만들어 놓은 곳이 많다. 사과, 배, 복숭아, 딸기, 인삼, 장미, 등등 의자의 모양만 보면 그 지역의 특산품이 무엇이라는 것을 쉽게 생각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곳이 많다. 그러나 원주는 원주의 상징을 나타내는 그런 의자가 있는지 나는 아직까지 보지 못했다.

이제 도시도 디자인의 시대다. 멋과 실용이 함께 어우러지지 않으면 그 도시를 기억하지 않는다. 원주의 시를 상징하는 새는 꿩이고, 꽃은 장미다. 그러나 이 꿩과 장미를 기억할 수 있게 조형물을 만들어 놓은 곳, 몇 곳을 빼면 원주의 도시 디자인은 원주를 상징할 그 무엇도 찾아볼 수 없다. 원주 시청 건물을 멀리서 바라보면 원주를 상징할 그 무엇도 보이지 않는다. 높은 건물이 원주 시청이구나?, 그래 모 대통령이 원주를 방문했을 때 아방궁처럼 바라본 건물?이라는 선입감이 먼저 든다.

어디 그것뿐인가. 거리의 길의 폭은 넓어지고 신호는 짧은데 교통 신호등을 기다리는 교차로에 발이 묶어 서 있어야 한다. 젊은 사람이야 튼튼한 두 다리가 의자를 대신할 수 있다고 쳐도 나이 드신 어르신들은 어디 몸을 의지할 곳이 없다. 그나마 여름이라고 그늘에서 기다리라고 그늘막을 설치해 놓은 배려심이 보이지만, 여기에 사람이 앉아 쉴 수 있는 의자를 덧붙여 놓는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생각한다. 년 말 때만 되면 멀쩡한 보드 블록을 들어내고 예산을 낭비한다고 야단을 쳐도 변하는 것은 하나도 없다.

시의원, 도의원, 국회의원에 나서는 사람들이 당선만 되면 두 눈과 두 발, 심장은 어디에 두고 다니는지 꼭 용왕에 불려간 토끼처럼 살아간다. 시민을 위한 진정한 마음이 어디에도 없다. 큰 복지혜택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큰길을 뚫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먼저라는 고속도로 광고에만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쓰지 말라는 것이다. 거리 곳곳에 좀 앉아 쉴 의자가 없다. 앉아 쉴 의자를 많이 놓았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것도 밍밍한 의자가 아니라 원주를 상징하는 꿩의 날개에 앉아 하늘을 나는 그런 느낌의 의자였으면 더더욱 좋겠다.

이정록 시인은 그의 시 의자에서 〈허리가 아프니까 /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 꽃도 열매도, 그게 다 /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라고 말했고, 필자는 〈물에게 바닥이라는 의자가 없었다면 / 평등을 보여주는 수평선이 없었을 거다. / 물들이 앉은 엉덩이 그래서 다 파랗다. // 별빛에게 어둠이라는 의자가 없었다면 / 희망을 바라보는 마음이 없었을 거다. / 별빛이 앉은 엉덩이 그래서 다 까맣다.〉라고 의자의 마음을 읽었다.

명품 도시가 되려면 가장 좋은 것은 예술적 혼이 물씬 풍기는 박물관이나 도서관, 미술관 등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좋은 삶의 의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아직 그런 명품의 삶의 의자를 만들어 가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전통이 필요하고 예술을 사랑하는 시민들이 원주에 살아가야 가능할 것이다.

아쉬운 대로 신호를 기다리는 교차로, 공원, 각 관공서 휴게실 등의 의자라도 원주의 상징을 드러내는 의자로 바뀌었으면 좋겠고, 놓여 있으면 좋겠다. 일방적인 지시가 아니라, 시민들에게 아이디어를 공모해 시민의 취향을 살리고 시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행정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어쩌면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생각하는 꿈의 의자가 공모에 당선되어 원주의 상징을 가장 잘 나타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해 본다.

명품도시의 진정한 삶의 의자는 모든 시민의 뜻이 반영되고 모든 시민의 의지가 모아지는 행정력을 보여줄 때 만들어진다. 권력의 맹점은 흐르는 물을 막아놓은 땜에 눈길을 줄 뿐, 흐르는 물의 이치를 바라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이 자유롭게 흐르는 삶의 이치를 바라보는 삶의 의자가 원주 곳곳에 놓였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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