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곡서예·문인화 대전 일부 수상작 또 오자(誤字)논란 ‘쇠귀에 경읽기’
운곡서예·문인화 대전 일부 수상작 또 오자(誤字)논란 ‘쇠귀에 경읽기’
  • 신강현 기자
  • 승인 2020.11.22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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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자 사용, 원본과 뜻 달라
“감수과정 의문, 운곡정신 왜곡”
△종합대상 수상작품은 큰사슴 주(麈)로 표기돼야 맞지만 티끌 진(塵)으로(사진 좌), 특우수상 수상작품은 재(再)로 표기돼야 맞지만 재(在)로 오기됐다.(사진 가운데), 시립중앙도서관 옆에 세워진 운곡 원천석 선생 동상.(사진 우)
△종합대상 수상작품은 큰사슴 주(麈)로 표기돼야 맞지만 티끌 진(塵)으로(사진 좌), 특우수상 수상작품은 재(再)로 표기돼야 맞지만 재(在)로 오기됐다.(사진 가운데), 시립중앙도서관 옆에 세워진 운곡 원천석 선생 동상.(사진 우)

지난해에 이어 올해 운곡서예·문인화 대전 수상작에서 또 다시 오자가 발견됐다. 연이어 졸속 심사가 확인되자, 실추된 공모전 위상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운곡학회는 지난 13일부터 18일까지 치악예술관에서 제15회 운곡서예·문인화대전 입상작 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공모전에서 종합대상 1명, 부문대상 1명, 최우수상 4명, 우수상 15명, 특우수상 32명이 입상했다. 이 가운데 종합대상을 받은 작품에서 오자가 발견됐다. 한문학자 A씨는 “원주시에서 발행한 운곡시사 영인본 원본을 보면 곡신사주(哭辛社主) 시 가운데 옥주풍경기수하(玉麈風輕祇樹下)의 2번째 글자는 큰사슴 주(麈)로 표기돼 있지만 종합대상 수상작에는 티끌 진(塵)으로 잘못 써져 있다”고 지적했다. 

운곡시사 서울대 규장각본과 고려대 중앙도서관 한적본 모두 사슴 주(麈)로 돼 있다. A씨에 따르면 옥주(玉麈)는 아름다운 먼지떨이를 가리키는데 사슴 꼬리에 옥으로 자루를 한 것으로 번뇌를 털어버린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1984년 원주 원씨 문중에서 발행한 최초 한글 번역본인 ‘운곡원천석시사’에서는 ‘보리수(祇樹)아래 총채(麈)바람 일어나고’로 번역돼 있다. 티끌 진(塵)으로 잘못 쓴 종합대상 작품은 ‘보리수(祇樹)아래 눈바람 가볍게 날린다’는 전혀 다른 뜻이 된다. 옥진(玉塵)은 아름다운 티끌이라는 뜻으로 눈을 달리 이르는 말이다.

또 특우수상 수상작품에서도 전혀 엉뚱한 글자가 표기 됐다. A씨는 “초이병불기시이하지(招以病不起詩以賀之) 시에서 정견반도재숙년(定見蟠桃再熟年) 구절의 5번째 글자는 다시 재(再)로 표기돼야 맞지만 이 작품에는 있을 재(在)로 써서 원본과는 전혀 다른 뜻이 됐다”고 지적했다. 원본 구절의 뜻은 ‘반도(3,000년 만에 한 번씩 열매가 달린다는 선도)가 다시 익는 나이(熟年)를 보리라’이다. A씨는 “이 시는 장수를 축하하는 시인데 있을 재(在)를 쓰면서 무슨 뜻인지도 모르게 돼 버렸다”며 “심사과정에서 어떤 기준을 가지고 상을 주는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원본의 뜻을 충분히 이해한 뒤 작품을 출품하려는 노력이 뒤따라야지 글자의 테크닉만을 고려한다면 운곡의 정신이 왜곡되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운곡학회 관계자는 “신중을 기울여 감수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오자가 나온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운곡학회 운영진과 한자 전문가 등과 상의를 해서 최선의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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