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들의 묘역에서 보여진 것들
대통령들의 묘역에서 보여진 것들
  • 김대중
  • 승인 2015.11.29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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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777.jpg▲ 김대중<언론인>
 
죽음은 신이 만든 최고의 창조라고 한다. 맞는 말 같다. 죽음이 없다면 세상은 정말 지옥이됐을 것이다.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어떤 생명체에게나 동등하다. 다를 수 없다. 피해갈 수 없다. 정말 신의 위대한 창작이다. 그러니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건 없다. 하지만 서거한 김영삼대통령의 국가장을 보면서 일부 지각있는 원주시민들의 이야기에 일리가 있어 새롭다. 서거한 대한민국 전직 대통령들이 어디에 안장돼 있는지 스쳐갔다. 김영삼대통령이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김대중대통령도 같은 장소에 안장됐다. 노무현대통령은 고향 봉하마을에, 최규하대통령은 대전국립현충원에 안장됐다. 서거한 전직 대통령들이 안장된 묘가 각기 다른곳에 있다.

그런데 다들 사유가 있다. 박정희대통령이 서거했을 때만해도 여유 공간이 있어 문제는 없었다. 그 이후 동작동 국립현충원은 수요가 늘어나면서 꽉 차버렸다. 그래서 정부는 대전 국립현충원을 조성하면서 여기에 별도의 국가원수 묘역을 새로 조성했다. 따라서 김대중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대전 국립현충원으로 가야했지만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특별히 공간을 확보해 안장했다. 김영삼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따지면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공간이 없어 대전국립현충원으로 가야 했다. 김대중 김영삼 두 전직 대통령이 이처럼 동작동 국립현충원에 안장된 것은 엄밀히 보면 원칙을 위반한 것이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동작동 국립현충원으로 간 것은 대통령의 힘 때문이다. 그 힘은 사람이다. 정치력이다. 지역세이다. 대통령때나 아닐때나 생전에 그만한 힘을 갖고 있었기때문이다. 힘이 원칙을 이긴 것이다. 노무현대통령은 봉하마을을 원해서 거기로 안장됐다. 덕분에 봉하마을은 추모객과 관광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대통령 은퇴후 평범한 삶을 갖고 싶어 고향마을에 집 짓고 소박한 여생을 준비하다 그곳에 유택(幽宅)까지 마련한 것
이다. 아마도 대통령은 사후에도 그 시골마을의 발전에 기여하고 싶어 그리 선택했는지도 모른다. 지역균형발전을 염원했고 국가정책으로 그 실천에 신명을 바쳤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규하대통령은 동작동 국립현 충원에 공간이 없어 대전으로 갔다. 원칙대로 된 것이다. 대통령 재임때나 아닐때나 해놓은 일이 달라서라고 할 것이다. 급이 다르다고도 폄하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사람이다. 정치력이다. 지역세이다. 이 모든 것이 없었기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도 나서서 동작동으로 가야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생전에 그러길 원했다는 이야기도 들리지 않는다. 여기서도 그의 청렴한 철학이 보인다. 그의 공직생활을 관통하는 청렴의 가치관을 사후에도 남긴 것이다. 원칙을 지키는 그 청렴의 가치관이 가슴에 와 닿는다. 원칙을 지키는 일은 대통령같은 국가 지도자들이 더욱 모범이돼야 한다. 그 한 사람의 모습이 국가적으로 너무나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비운의 대통 령직을 수행하다 군사 쿠데타의 총부리 앞에서 하야했지만 사후에까지 청렴의 철학을 놓치지 않은 그 모습은 자랑스럽다. 대한민국 청렴의 표상답게 원칙을 따른 모습이 돗보인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지수가 세계 최하위권인 이유는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회가 됐기때문이다. 최규하대통
령은 대통령으로서 평가에 앞서 우리 사회와 지역의 인물로 봐야하고 선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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