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29) 베토벤의 후계자 체르니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29) 베토벤의 후계자 체르니 (下)
  • 최왕국
  • 승인 2020.11.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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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체르니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의 할아버지는 바이올리니스트였고, 그의 아버지는 피아니스트이자 오보이스트, 오르가니스트였다. 세 살 때부터 부친에게서 피아노를 배웠던 체르니는 어려서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고, 9세 때 대중 콘서트를 했으며, 그가 10세 되던 해에 드디어 베토벤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다.

실제로 베토벤이 체르니를 직접 가르친 기간은 1801년부터 1804년까지 총 4년의 기간이었지만 이후에도 간간이 피아노 레슨을 해 주었다.

베토벤의 수제자인 체르니는 단순히 베토벤에게 음악을 배우기만 한 것이 아니다. 그는 베토벤의 작품을 해석하고, 연주하고, 전파하는 데 앞장섰다. 특히 베토벤과 체르니가 사제지간에 편지로 주고받은 내용들은 베토벤의 생애를 연구하는데 중요한 사료(史料)가 되고 있다.

베토벤이 체르니에게 피아노 레슨을 할 때 사용했던 방법은 ‘C.P.E. Bach’가 저술한 ‘피아노의 올바른 주법’이라는 책 내용을 기본으로 일명 ‘레가토 주법’이었다. (‘C.P.E. Bach’에 대해서는 본 칼럼 120회에서도 간단하게 소개한 바 있다)

‘레가토 주법’이란 기존의 가볍고 듣기 좋은 ‘갈랑트 주법’과는 달리 연주자의 감정을 중요시하는 주법이며, 낭만파 시대에 이르러 활짝 꽃을 피우게 된다.

지난 칼럼에서 “체르니의 아버지와 베토벤 사이의 오해로 잠시 베토벤 곁을 떠난 적도 있다”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러한 음악적인 해석의 차이와 기존의 방식과는 달라진 레슨 방식 때문이었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추측을 해 본다.

체르니는 바하, 베토벤 등 선대(先代)를 계승하고 전승했다는 업적이 있지만, 뭐니뭐니해도 그의 가장 큰 업적은 후대(後代)를 키워내는 데 큰 공을 세웠다는 것이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체르니 30번 연습곡집’ 등을 출간한 것과 더불어 그는 위대한 피아니스트 ‘리스트(Franz Liszt)’를 길러낸 피아노 교육의 대가(大家)였다. ‘베토벤 → 체르니 → 리스트’로 이어지는 이 계보는 클래식 음악의 중요한 흐름이다.

체르니가 소년 리스트를 처음 봤을 때 리스트는 “주의가 산만한” 아이였지만, 초견이 뛰어나고 즉흥연주에 능했던 점을 높이 샀다고 한다. 기초를 중요시했던 체르니의 엄격한 레슨을 받은 리스트는 훗날 탄탄한 기본 테크닉을 바탕으로 ‘비르투오소’, 즉 현란하고 화려한 연주 기법으로 세계의 음악 팬들을 사로잡았을 뿐만아니라,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했던 ‘쇼팽’이라는 천재 뮤지션을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데 지대한 공을 세웠다.

리스트는 스승 체르니의 ‘피아노 소나타 1번’을 자주 연주했으며, 그의 회심의 역작이라 할 수 있는 ‘12개의 초절기교 연습곡’을 체르니에게 헌정하였다.

체르니의 작품은 1천여 곡에 달할 정도로 많지만, 그래도 그의 가장 큰 업적이라 할 수 있는 것은 단연 ‘체르니 30번’ 등의 연습곡집이다. 그래서 오늘은 전문 피아니스트들이 ‘체르니 30번’ 연습곡집 중 8곡을 엄선하여 즉석에서 연주하는 동영상을 소개할까 한다.

보통 ‘체르니 30번’이라고 하면 지루하고 재미없는 곡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지만 체르니 자신이 제시한 템포로, 악상기호를 살려서 깔끔하게 연주하면 정말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특히 오늘 소개한 유튜브 연주 영상 중 8분 57초부터 시작되는 ‘체르니 30번의 26번 연습곡’은 체르니 30번 연주곡집 중에서도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동음반복 기교를 연습할 수 있도록 작곡되어 있다.

https://youtu.be/8StrZZBySTE?t=534 (26번곡)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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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번이 ‘동음연타’의 연습이라면, 1번은 ‘다섯 손가락의 고른 균형과 독립’, 2번은 ‘왼손을 고르게 연주하는 연습’, 17번은 ‘꾸밈음 연습’ 등 각 곡마다 작곡자 체르니가 의도한 방향이 있으니, 체르니의 의도대로 열심히 연습하면 우리도 ‘리스트’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버금가는 실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보통 바이엘을 마치면 체르니 100번 → 30번 → 40번 → 50번의 순으로 연습을 하게 되는데, 각각의 숫자는 그 연습곡집에 수록된 곡의 수를 뜻한다. 또한 ‘체르니 110번’이라는 연습곡집도 있는데, 체르니 100번과는 다른 곡집이지만, 초반부의 몇 곡을 ‘간추린 체르니 100번’ 연습곡집에 끼어서 출판하는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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