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정원 作 / 게
[시가 있는 아침]김정원 作 / 게
  • 임영석
  • 승인 2020.12.06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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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원 作

 

앞으로 가는 것만이
앞으로 가는 것은 아니야

옆으로 가는 것도
앞으로 가는 거야

반듯한 대로만이
길은 아니야

길은 여러 가지고
다른 사람들이 가지 않는 황무지도

네가 가면 새 길이 되는 거야
가고 싶은 길이라면

옆길로 빠져도 괜찮아, 결국
그게 너에겐 앞으로 가는 거니까

창가에 손으로 턱을 괴고 앉아
먼 산 바라보며 꿈꾸는 아이야

네가 꿈꾸는 하늘은 높아도 죄가 없고
네 머리에 쏟아지는 햇빛은 찬란하구나

 

김정원 시집 ‘마음에 새긴 비문’, ‘작은숲’에서

세상을 살아보니 때로는 얄팍한 생각보다는 고지식하게 살아가는 사람이 더 빛날 때가 있다. 흔히 변두리 산골에서 농사를 짓다가 땅이 도시계획으로 큰 보상을 받아 부자가 된 사람을 졸부라 말한다. 나는 그런 사람에게 졸부라 말하는 그 사람이 더 치졸한 사람들이라 말하고 싶다. 묵묵히 고생고생 남들 땅 팔아 이것저것 요령 부리며 살고자 할 때 한눈팔지 않고 살아온 사람이 왜 졸부인가. 그들이 돈을 몰라, 세상을 향해 큰소리칠 용기가 없어 그리 산 것은 아닐 것이다. 기회만 엿보고 살아가는 사람에 비해 수만 배 인내하고 참으며 살아온 대가로 땅의 보상을 받았다고 본다. 부럽고 시기하는 마음을 드러내기 위해 졸부라는 말로 그들을 폄하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김정원 시인의 시 ‘게’는 바로 자기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야 하는 마음을 말하고 있다. 김정원 시인의 약력을 보면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다. 세상에 수많은 운동선수가 있다. 달리기를 잘하는 사람도 씨름 선수에게 씨름을 하면 넘어진다. 반대로 씨름 선수는 달리기를 하면 달리기 선수에게 뒤진다. 게가 옆으로 걷는 게 똑바로 걷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나, 게는 옆으로 걸어야 자기 자신을 잡아먹으려는 것들로부터 자신을 지킨다는 것이다. 올바로 살아가는 방법은 그 답이 없다. 최선을 다하는 게 가장 올바른 방법이 아닌가 생각한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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