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코로나19와 우울증
[기고]코로나19와 우울증
  • 김민혁
  • 승인 2020.12.06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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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혁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김민혁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코로나19가 우리 삶에 불쑥 들어와 서서히 그동안 우리 사는 모습과 방식을 바꿔놓은 지 거의 일년이 되어가고 있다. 지난 일년을 돌이켜 보면 코로나19로 인해서 개인적인 일상뿐 아니라 의사로서 해오던 업무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얼마 전 동료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과 코로나 이후로 진료에 무엇이 달라졌는지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왔던 이야기들 중 모두들 가장 공감했던 이야기는 코로나 이후로는 환자들이 어떤 상태인지 예전만큼 알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환자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가장 첫 순간이자, 면담 내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환자의 표정이다. 어느 날 환해진 표정으로 들어오는 환자분의 얼굴을 보면 우울증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짐작할 수 있는 정도이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하여 마스크를 쓰기 시작하고 나서는 표정을 읽을 수가 없고, 서로의 얼굴을 보지 못하면서 공감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마스크 위로 보이는 눈빛만으로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 상상력을 발휘해서 나머지 표정이 어떨까 그려보기도 하고, 얼굴이 안 보이니 목소리를 더 신경 써서 듣게 되었다. 환자분이 안경을 쓰고 있어 안경에 김이라도 서린다면 정말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생각해 보면 코로나 이후 공감과 소통의 어려움은 진료실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만나서 믹스 커피 한잔하며 동네에서 나누던 이야기도, 마을회관에 모여서 칼국수라도 같이 해 먹으며 가볍게 웃을 수 있던 농담들도 더 이상 하기가 어려워졌다. 신체적 활동, 사회적 활동 등 활동만큼 기분을 좋은 상태로 유지시키는 생활습관도 없는데 코로나는 사람들을 집에만 있게 하니 환자들의 우울증이 나빠지기도 한다. 집에만 있으나 몸도 마음도 처지고, 생활리듬이 깨지면서 낮잠을 자고 밤에 못 자고, 입맛도 영 나지 않는다. 

사람 간의 교감과 소통이 어려워지고 활동이 줄어들면 우울증이 쉽게 생길 수 있다. 지난 10월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로 작년 대비 감기 환자가 50% 감소한 반면 우울증 환자는 7% 늘었으며, 특히 젊은 여성에서는 21.6%가 늘었다고 한다. 뉴스에서 많이 들어서 ‘코로나 블루’ 라는 신조어가 이제 낯설지 않다. 심리방역이라는 말도 자주 들린다. 사람마다 차이는 있지만 모두들 다소간의 기분 변화를 느낀다. 가벼운 우울감이 잠깐씩 든다거나, 기분이 우울하다가도 쉽게 기분전환이 된다면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하루종일 우울한 기분에서 벗어나기가 어렵고, 좋아하던 활동들이 다 시들해 보이고, 이런 상태가 1~2주 이상 지속된다면 우울증인지 알아보기 위해 꼭 상담과 도움을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 심리방역 상담서비스(1577-0199)를 받아보거나 병원에서 상담을 받아도 좋다. 

마스크를 쓴 채로, 또는 심지어 만나지 않고 사람들과 교감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평소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우리는 상대방에 대한 세심한 상상과 배려로 마스크로 가려진 나머지 얼굴의 표정을 마음속으로 그려낼 수 있을 것이며, 그럼으로써 서로를 도와줄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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