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황명자 作 / 몸이 맘이라면
[시가 있는 아침]황명자 作 / 몸이 맘이라면
  • 임영석
  • 승인 2020.12.13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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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맘이라면

-황명자 作

 

몸이 맘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맘대로 할 수 있으니
말 안 듣는 몸이 맘처럼 안 된 지 오래 됐다
아귀가 틀린 의자처럼 삐걱거리다가
때때로 블랙홀로 빠져드는 느낌이다
어쩌면 맘이 몸에게 시키는 걸지도 모른단 생각,
문득 들 때도 있다 맘 같아선 천 리도 가겠는데
몸이 말을 들어먹질 않는다고 툴툴대다가도
맘만 먹으면 까짓거, 할 때도 있는 걸 보면
맘이 몸에게 시키는 게 맞다
몸이 아프면 맘을 달래고
맘이 아프면 몸을 움직이면 낫는다고
그래서 몸과 맘은 하나인 거라고
그런데 몸이 말을 듣지 않자 맘이,
자꾸만자꾸만 몸에서 멀어져간다

 

황명자 시집 ‘아버지 내 몸 들락거리시네’, ‘시와반시’에서

 

 

몸이 건강하지 않으면 마음을 움직일 수가 없다. 반대로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몸을 바르게 쓸 수가 없다. 몸과 마음은 서로 건강하게 유지되어야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바른 행동과 바로 마음을 가진다. 황명자 시인의 시 ‘몸이 맘이라면’을 읽으면서 때때로 몸이 마음이 시키는 대로 움직였으면 하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몸이 시키는 대로, 또는 마음이 시키는 대로 몸이 움직인다면 그것은 사람의 능력 이상을 벗어나는 일이기에 세상이 혼란스러울 것이다. 나무가 나무로 서 있지 않고 움직인다면 세상이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 본다. 산에 있어야 할 나무들이 우르르 사람이 사는 마을로 내려와 오도 가도 못하게 서 있다면,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지 않고 높은 곳으로 흐른다고 생각하면 높고 낮은 세상 이치가 다 무너질 것이다. 그러나 몸과 마음이 일치하는 일들은 지극히 사소하고 개인적이고 또 사람 능력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일 것이다. 욕망을 부츠 기거나 능력을 과시하거나 몸이 맘이라는 것만큼 커다란 변화를 준다면 그것보다 큰일은 없을 것이다. 사람이 죽을 때 죽고, 태어날 때 태어나고, 어린아이와 어른, 동물과 식물 이런 것들이 사소하나마 행복을 주는 그런 일상일 때 몸이 맘이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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