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신축년(辛丑年), 행동백신 더욱 강화하자
[비로봉에서] 신축년(辛丑年), 행동백신 더욱 강화하자
  • 심규정
  • 승인 2021.01.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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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신축년 소의 해가 밝았다. 묵묵히 뚜벅뚜벅, 제 할 일만 하는 힘찬 소의 기상을 이어받아 만사가 대통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시간에 갇혀 우리는 허우적거리고 있다. 1년 이상 한 줄기 빛도 없는 어두컴컴한 긴 터널 속에서 좌표를 잃은 채 우왕좌왕하고 있다. 그 유명한 해돋이 명소는 코로나19 확산을 우려해 빗장을 걸어 잠갔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매출액이 급감한 소상공인들의 휴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면서 아이들은 방안에 갇힌 신세가 됐다. 사회시스템마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 불안감에 마음이 조마조마해진다. 사방천지가 반갑지 않은 뉴스 천지니 여기저기서 땅이 꺼지라고 한숨 소리만 가득하다. 사실상 온 나라가 반 고립, 준 전시 상황이나 다름없다.

이러다가 더 이상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마음이 천근만근 무겁다. 혹자들은 묻는다. “코로나19가 언제 자취를 감출 수 있나요”라고. 본란에서는 그간 ‘전파력의 끝판왕’인 코로나19가 근절되기 힘들다는 점, 복병처럼 숨어있는 제2, 제3의 변종 바이러스가 언제든지 창궐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예고는 점점 현실이 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를 차단해줄 유일한 위안거리로 알려진 백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변종을 거듭해 사나운 존재로 몸집을 키우고 있으므로 백신 개발은 한참 뒤처질 수 있다”라는 인류학자들의 경고는 꽤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지금 인간을 숙주로 하고 있는 바이러스가 부지불식간에 우리와 아주 가까운 동물을 숙주로 해서 재난을 퍼뜨릴 수 있다는 전망에서는 솔직히 소름이 돋는다. 미래학자, 역사학자들이 예고했듯 앞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이후의 사회를 많이 비교할 것이다. 미증유의 전염병인데다 무기로 싸우는 전쟁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냈고 경제적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우리는 그 전환점에서 하루하루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

고대 로마의 스토아주의 철학자이자 ‘명상록’으로 유명한 에픽테토스(Epiktetos)는 이렇게 웅변했다. “불안스러운 마음으로 사는 것보다 부족한 생활을 하더라도 두려움과 걱정 없이 사는 것이 행복하다”라고.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는 행복의 진짜 얼굴을 목도하고 있다. 그리고 평온한 일상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재삼재사 깨닫고 있다. 과거를 되새기면서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라고 되뇌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명목으로 만남, 모임을 ‘절제’에서 ‘강제’ 제어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나의 안위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수 있을까? 고민 덩어리가 내내 마음을 짓누른다. 그렇다고 패배감에 젖어 ‘세월만 가라’, ‘시간이 약이다’라는 식으로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순 없다. 

모든 사회시스템이 천지개벽처럼 갑작스럽게 바뀐 상황에서 삶의 방식을 궤도 수정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코로나19 앞에서 마냥 유약하고 비루한 존재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과거의 가치사슬과 과감히 절연해야 한다. 잔인한 이야기 같지만, 사회질서나 공동선 추구를 위해 다양한 인간관계망도 구조조정해서 꼭 필요한 부분만 유지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다.

당국이 이래라저래라 지침을 내리기 전에 나 자신을 위해, 타인을 위해 내 몸을 자물쇠로 꼭꼭 숨기자. 이 과정에서 고독이란 반갑지 않은 ‘마음의 병’이 우리를 더욱 옥죌 수 있다. 여기서 고독은 절대고독이 아니다. 고독을 벗 삼으면 더할 나위 없는 절친이 될 수 있다. ‘저금식 독서’라든지, 영혼을 맑게 하는 산행이라든지 이런 것들이 구체적인 방법론이 될 수 있다. 고독은 잘만 활용하면 나를 살찌우는 동반자가 될 수 있다. 시민 개개인의 행동 백신, 좋은 습관으로 철저히 무장해서 쓰나미 같은 코로나19의 파고를 헤쳐나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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