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그래도 희망을 입에 담는다
[살며 사랑하며]그래도 희망을 입에 담는다
  • 임길자
  • 승인 2021.01.17 22: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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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니체의 명언 “모든 것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무엇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는 말을 소리 내며 새해를 맞이한다. 참으로 고단하고 답답하고 불편했던 2020년이 떠나갔다. 코로나19의 출현은 온 세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서로 만나서 얼굴을 마주하고, 입으로 말을 하며 눈으로 감정을 살피고 몸짓이 나타내는 모양에 따라 정서를 교환하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관계이다. 그러나 지난해 우리를 덮친 코로나19는 가족들 간의 소소한 감정마저 침묵하게 했다. 곳곳에서 들려오는 코로나19 확진자수 증가로 고통과 갈등의 나날이었고, 인명(人命)은 재천(在天)이라 하지만 코로나19가 아니었더라면 세상의 온기에 좀 더 힘을 냈을 법한 많은 사람들이 생명을 잃었다.

해가 바뀌었음에도 코로나19는 여전히 우리를 위협하고 있다.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는 날마다의 일상이 불안으로 가시방석이다. 주어진 현실 속에서 침착한 척 일상을 살지만 매 순간이 불편하고 두려움의 연속이다. 이제는 그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으니 온 천지가 코로나19 지뢰밭인 것 같다. 며칠 동안 쉼 없이 쏟아지는 집단시설에서의 확진자수, 정부의 부득이한 방역지침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는 소상공인들의 거친 아우성, 집이라는 울타리가 가족들을 가두는 통제공간이 되어 버리는 등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이제는 그 누구누구 할 것 없이 온 국민들이 극도의 피로감에 빠져있다. 이미 많은 사회적 관계에는 ‘언택트’와 ‘비대면’이 일상화되다 보니 신체적·정서적 활동 제약으로 대인관계가 단절되었고, 그로인해 고립감은 불안을 만들고, 스스로 어쩌지 못하는 막연한 두려움은 심리적(우울)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코로나 블루’이다. 정부기관과 각 자치단체는 ‘코로나 블루’를 겪는 이들을 위한 상담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데,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퇴치와 함께 정신적 방역 또한 중요한 과제로 대두되었다.

정부는 정부대로 방역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을 알고, 의료계 관계자들은 희생과 헌신으로 진료와 간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눈으로 보고 있으며, 대부분의 국민들은 스스로의 안전을 위해 격리와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음에도 휴대폰에선 여전히 ‘안전안내문자’가 확진자수를 알리고 있다. 2021년 1월 4일 전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8,550만 3,722명이고 사망자는 185만 829명이다. 우리나라는 1월 7일 현재 6만 6,686명이 확진판정을 받았고, 1,046명이 사망하였다. 14세기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인 2,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흑사병과, 1918년에 발병하여 몇 개월 사이에 2,000만 명을 희생시킨 스페인 독감엔 미치지 못하지만 21세기 들어서 최대의 재앙임엔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리대로의 희망을 입에 담는다. 입으로 자꾸만 희망을 불러내면 언젠가는 희망이 우리의 것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믿는다. 코로나19로 인하여 너무 많은 일상이 달라졌고, 없어졌고, 지워졌고, 흔들렸기에 예전과 같은 일상을 꿈꾸기는 어려워졌지만, 온 마음을 다해 국민들의 생명을 지켜내려는 대통령과 정부가 있고, ‘나’보다는 ‘우리’를 살피기 위해 몸부림치는 훌륭한 의료진들이 있고, 불편하고 고단한 약속이지만 정부의 방역지침을 따르고자 애를 쓰고 있는 성숙한 국민들이 있는 한 신축년(辛丑年) 새해는 우리들에게 희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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