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장기화] “적자 터널 빛이 보이지 않네요”
[코로나19 장기화] “적자 터널 빛이 보이지 않네요”
  • 김은영기자
  • 승인 2021.01.17 22: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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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링장, 롤러장 5곳 운영 한상배 대표(60)
매출 평상시의 30% 수준 불과
통장 잔고 바닥, 적금·보험 담보 대출로 버텨
직원들 월급 자진 반납…사양
“가족같은 직원에게 피 같은 돈, 나 혼자 힘들면 되죠”
△한상배 대표
△한상배 대표

“코로나19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습니다” 원주지역에서 볼링장, 롤러장 등 5곳을 운영하는 한상배 대표(60). 지난 12일 오후 단계동 버스터미널 인근 제과점에서 만난 한 대표는 특유의 환한 미소는 오간 데 없고 어두워 보였다. 그는 소상공인이자 자영업자, 아니 어찌 보면 중소기업 대표로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로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분야가 바로 서비스 산업. 그의 가게 모두 대표적인 서비스 산업이다.

코로나19 이후 매출이 30%대로 급전직하했다. 가장 심한 곳이 무실동에 있는 롤러장. 수백만 원을 찍었으나 지난해 초부터 하루 10만 원으로 뚝 떨어졌다. 매출 제로를 기록할 때도 있었다. 혁신도시에서 운영 중인 볼링장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다. 한 대표는 “공공기관 직원들을 상대로 초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재택근무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공 치는 일이 다반사가 됐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국내 볼링계 ‘미다스의 손’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에서 볼링장을 운영할 때 ‘남들이 망해서 문 닫는 곳을 한 대표가 손을 대면 모두 성공한다’라는 평을 들었을 정도로 승승장구했다. 지난 2011년 원주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래 오픈하는 볼링장마다 대성공을 거뒀다.

이 여세를 몰아 지난해 초 주주들을 모집, 법인을 설립해 충북 충주에 200억 원을 들여 상가건물을 신축했다. 여기에서 영화관, 볼링장을 직접 운영하고 나머지는 분양에 나설 계획이었다. 그런데 아뿔싸. 코로나19로 인해 부동산 경기가 꽁꽁 얼어붙으면서 지금은 은행이자 갚기도 버거운 실정이다. 한 대표는 “주주들의 양해를 얻어 증자해서 간신히 버티고 있다”라고 밝혔다.

적자 터널에 빠져 있는 5개 매장에 인건비, 운영비, 임대료 등으로 매월 쏟아붓는 돈만 수천만 원. 이미 통장에 있던 종잣돈마저 바닥이 난 상태고, 결국 궁여지책으로 그동안 부어왔던 적금, 예금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았다. 주위에서는 “코로나19로 소상공인들이 휴폐업은 물론 운영난을 겪으면서 감원에 나서고 있는데 왜 바보처럼 코로나19 이전 평상시 상태로 가게를 운영하냐”고 핀잔을 줬다.

하지만, 한 대표의 업소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명도 감원하지 않았다. 급기야 직원 20여 명은 지난해 말 월급 30%를 자진 삭감하겠다고 통보했다. 한 대표는 고심 끝에 거절했다. “직원들의 월급 삭감분을 합치면 1,000만 원 가까이 된다”라며 “물론 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직원들에게 삭감분은 피 같은 돈 아니겠냐”라고 사려 깊게 말했다.

그러면서 일단 버티는 데까지 버틸 계획이라고 밝힌 한 대표는 “저 혼자 어려움을 겪으면 됐지, 직원들에게까지 피해를 보게 할 수는 없었다”라고 말했다. 코로나19가 독하게 소상공인들에게 상처를 주고 있는 가운데 직원들을 깊이 배려하고 ‘좋아질 날이 올 거야’라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한 대표의 자구노력이 신선하게 다가온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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