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그림책 속으로의 여행을 제안합니다
[기고]그림책 속으로의 여행을 제안합니다
  • 이주은
  • 승인 2021.01.24 20: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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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이주은 [사단법인 한지개발원 사무국장]

밤사이 원주에도 폭설이 내렸다. 햇빛에 반짝거리는 눈의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도 잠시, 어설픈 출근길이 걱정이다. 코로나19 특별방역기간이 끝나고 원주한지테마파크도 다시 문을 열었다. 시민을 맞이하기 위해 방문객 리스트 테이블과 발열체크기 부터 점검했다. 지난 6일 재개관 첫 날, 방문객의 발걸음이 계속 이어졌다. 관람객들은 전시를 감상하기도 하고 익숙하지 않은 한지체험에 도전하며 그간의 단조로운 일상을 위로했다.

원주 토박이인 필자는 항상 원주가 각박하고 멋없다고 느꼈다. 하지만 가만히 살펴보면 치악산, 남한강 등 천혜의 자연유산을 보유하고 있는데다가 법천사지, 거돈사지, 강원감영, 영원산성 등 역사가 서린 유적지가 많은 도시이다. 게다가 기업도시, 혁신도시로서의 위상뿐만 아니라 2019년 세계유네스코창의도시와 제1차 법정문화도시라는 거대한 타이틀을 보유하면서 묘한 자부심마저 생기고 있다.

원주시가 제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되기까지 관계자님들의 인고에 박수를 보낸다. 지역의 중요한 문화사업의 일환이라는 이유와 개인적인 관심의 촉발로 작년 봄부터 원주시 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와 그림책 전시를 준비했다. 2020년 계획되었던 다양한 문화사업이 펜데믹으로 휘청거릴 때도 있었지만, 대안을 마련하고 온라인으로 행사를 보완하면서 그림책 전시는 그렇게 차곡차곡 준비됐다.

‘그림책여행 in 원주’ 전시에서는 원주지역 그림책 작가 6명과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 아울러 원주시와 함께 법정 기록문화도시로 지정된 청주시의 ‘청주북아트’ 협회를 초청하여 전시를 구성했다. 그간 그림책을 주제로 많은 전시가 진행되었지만, 이번에는 좀 더 특별한 경험이 되도록 원주한지테마파크에서는 작가의 작업공간과 습작, 스케치의 흔적, 그림책으로 나오기 전 단계인 그림책 원화를 통해 심도 있는 그림책 이야기를 펼쳐 보이려 했다.

원주한지테마파크 전시장에 작은 그림책 세계를 만들고 시민이 그 세계를 여행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Part1 전시는 현대민화 ‘개미요정’ 그림책의 신선미 작가, 판화 그림책의 원혜영 작가, 수채화 기반 김미옥·민승지 작가, 색연필과 콜라주 기법으로 그림책을 만들어낸 김정관 작가, 도예가이자 그림책작가인 차정애 작가의 작업공간, 스케치, 작업 도구를 비롯해 각자의 개성있는 기법으로 탄생된 그림책을 마침내 원화와 함께 감상하고 읽을 수 있다.

Part2 전시에서는 사회적협동조합 그림책도시의 그림책만들기 사업 결과물에서 보여주었던 아이들의 표정을 집중 조명했다. 순수한 아이들의 표정이 삶의 풍경을 투영하고 기쁨, 슬픔, 분노, 우울 등 다양한 감정을 얼굴그림으로 표현한 작품들을 보며 관람객도 찰나의 치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탄생됐다. 특히 관람객이 초상화를 직접 그려보면서 일상의 예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매주 토요일마다 사전 신청자에게 줌(Zoom) 워크숍을 제공했다.

또한 그림책도시를 이끈 이상희 작가의 희귀 번역서 시리즈 전시도 별도 공간에 마련했다. 장인의 손으로 일일이 천에 찍어 만든 수제 목판 직물작품인 런던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 소장 예술품 ‘어머니 여신의 천. 2016’ 등 자그디쉬 치타라(Jagdish Chitara) 작품을 비롯해 많은 희귀 번역서들은 관람객들에게 멋진 선물이 되고 있다. Part3에서는 ‘청주북아트’의 재기발랄한 북아트 작품을 한자리에 전시하여 원주-청주 법정문화도시 간 네트워킹에 초석을 쌓았다.

팬데믹이 쓸고 간 자리. 코로나19로 거리두기가 계속되어 전시 개막식과 작가와의 만남의 시간을 마련하지 못 한 채 온라인 인터뷰를 준비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앞으로는 그 일상이 자연스러운 것이 될 수 있고 기관에서 하는 모든 행사의 무게중심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한 뼘 만큼씩 이동될 예정이다. 지난 행사를 2020이라는 거울에 비추어 보니 올해는 1월부터 맘이 바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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