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정부의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살며 사랑하며]정부의 방역지침을 무시하는 그들은 누구인가?
  • 임길자
  • 승인 2021.01.31 21: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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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다가올 설 명절을 좋은 마음으로 기다려야 하는데 주어진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온 세상이 코로나19 지뢰밭이 되었다. 어느 곳도 안전하지 않은 작금(昨今)의 현실 속에서도 보통의 우리들은 서로를 믿고 신뢰하며 저마다의 행동에 대한 책임감으로 불편을 참고 살아간다. 

부득이한 정부의 방역지침 때문에 소상공인들의 아우성이 가슴을 때리지만 사회적 거리두기를 지키며 코로나19 바이러스 종식을 온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곳곳에선 집단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에 가슴이 시리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고문인 방인성 목사가 얼마 전 모 방송 뉴스룸에 출연해 "목숨 걸고 대면 예배를 하겠다는 말까지 나오는데 예배가 왜 생존의 문제냐"는 앵커의 질문에 "정말 제정신이 아닌 것 같다"며 "중대형 교회는 건물을 짓기 위해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이런 아주 절박함이 있는 것 같은데, 교회가 이러면 안 된다"라고 지적했던 말이 생각난다. 물론 코로나19 상황에 잘 적응해 가는 아주 모범적인 작은 교회들이 있다. 내가 만난 어느 젊은 목사님도 작은 개척교회를 운영하고 계시는데 정부의 방역지침인 사회적 거리두기 권고에 따라 예배를 온라인으로 하고, 수시로 성도들과 전화 통화를 한다고 했다.

BTS열방센터 발 집단감염에 이어 이번엔 IM국제학교(선교회)관련 집단감염이라고 하니 참으로 기가 막힌다. 신성해야 할 교육의 영역에 부적절한 방법으로 신앙을 접목시켜서 본질을 왜곡시키고 거짓 선동으로 이익을 추구하고 있는 이들의 잘못된 행동에 참담함을 금할 길이 없다. 자신의 말에 귀 기울이는 착한 성도들 앞에서 정부의 방역지침을 무시하고 조롱하는 그는 정말 나쁜 사람인가보다.

아흔여덟번째 맞이하는 설 명절을 기다리는 임○○님은 오늘도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매일 오전 11시에 보건복지부의 코로나19 확진자 발표를 살피는 것이다. 매년 명절이면 유일한 직계가족인 손자가 서울서 시설을 방문해 할머님께 세배를 올리곤 했다. 그런데 올해는 그것마저 어렵겠다 싶은지 여러 날 표정이 어둡다. 원○○님께선 요즘 들어 수시로 휠체어를 밀며 내 방으로 들어오신다. “원장님! 나 우리 아들한테 전화 좀 해 줘. 명절이 다가오는데 언제쯤 올 건지 물어보게. 명절엔 엄마가 가야 하잖아. 애들도 보고 싶고…” 어르신은 여러 가지 말씀을 남기고 나가셨다.

13년째 노인복지시설을 운영하면서 심리적으로 가장 힘들고 슬픈 요즘이다. 여러 가지 사정에 의해 부모님을 시설에 모셔두고 하루도 맘 편히 잠들지 못했을 가족들을 생각하면 날마다 목이 메인다. 한밤중이 아니면 언제든지 어머님 면회를 허락했던 시설이다. 가족친지 누구라도 어르신을 보고 싶다면 시설 내부 모두를 다 오픈했었다. 어머님이 어떤 방에서 어떤 침대를 사용하는지? 함께 계신 어르신은 어떤 분인지? 직원들은 어떻게 어머님을 모시고 있는지? 원장이 자리에 있는 한 어떤 가족도 그냥 보낸 적이 없었다.

잠시라도 얼굴을 보며 시설 운영자의 마음을 전했고, 대부분의 가족들은 그런 시설의 환경에 고마워하며 밝은 모습으로 발길을 돌렸다. 나는 어르신을 처음 시설에 보실 때 보호자들과 꼭 나누는 말이 있다. “지금부터 댁의 어머님은 시설과 함께 모시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머님의 기억이 희미해지기 전에 자주 찾아뵈어야 합니다. 어머님의 변화를 함께 살피는 관계이므로 이제부터 우린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서로에게 고맙고 감사한 마음을 나누는 관계가 되어야 합니다.”라고. 

시설 나름대로는 밴드 등을 통해 어르신의 매일 일상을 상세히 올려드리고 간간히 영상통화로 보호자와의 직접 소통을 돕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주 찾아뵙지 못하고 있는 자녀들의 마음은 늘 가시방석일 것이다. 보호자들이 맘 놓고 시설을 방문해 어머니의 변화를 함께 살필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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