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우종 作 / 연가
[시가 있는 아침]이우종 作 / 연가
  • 임영석
  • 승인 2021.02.07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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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가恋歌

-이우종 作

 

세월이 허물어져
창살 위에 쌓이는 밤

갈잎만 뒹굴어도
백번은 울었는데

내 사랑
그대를 위해
만번인들 못 울랴.

 

1985년 『이우종 華甲紀念詩文集』에서

 

연가(恋歌)는 그리워하고 사모하는 마음이란 뜻이다. 1985년 내가 등단할 시기에 이우종 선생님이 화갑을 맞이하셨다. 이 책은 그 후 몇 년이 지나서 받았다. 세월이 허물어진다는 뜻이 무엇인가 느끼는다는 것이 근 35년 넘게 걸린듯하다. 창밖 나뭇가지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면 나뭇가지의 흔들림이 울음이었고, 어둠의 두께였고, 세상을 이겨내고자 하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요즘 들어서 느낀다. 내 결혼식 주례도 서 주시고 열심히 살아가라는 말씀을 해 주셨는데, 나는 이우종 선생님의 당부처럼 살지 못했다. 천 번 만 번 울어도 속마음 한 번 내비치지 않는 바위가 아니고서는 이룰 수 없는 게 연가(恋歌)가 아닌가 생각한다. 아무리 고운 달빛을 몸에 들인 호수도 한겨울이면 얼어붙어 달빛을 토해내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삶이라는 것도 젊어서 더 크고 넓은 땅을 뛰어다니지만, 나이 들면 다른 길로 빠져들지 않는 마음 하나 건져서 살아가는 느낌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한다는 마음도 내 몸에 수백 번 불지를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이루어 내는 것이다. 하루하루 사는 게 어제의 나를 오늘에서야 내가 그리워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런 날이 하루하루 쌓여 창가 어둠처럼 비추어지니, 하늘의 별빛이 다 연가처럼 들린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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