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이종호 作 / 이산가족
[시가 있는 아침]이종호 作 / 이산가족
  • 임영석
  • 승인 2021.03.01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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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이종호 作

고라니 어미
먹이 구하러 간 새
한 몸이던 산이
새 찻길이 나면서
두 동강이 났다

밤낮 차들이 쌩쌩

두 동강 난 산을
마주하고
어미 고라니는
아기 고라니보고

"산이 다시 붙을 때까지
기다려 알겠지. 내 새끼야"

 

*이종호의 『오륙도에 시 캐러 가다』론

강외석 평론집 『들길의 소리들』,《도서출판 경남》에서

 

 

우리는 이산가족 하면 6·25 전쟁으로 하여 남과 북으로 헤어져 사는 사람을 떠올린다. 전쟁이 남긴 상처 중 가장 큰 상처가 오도 가도 못하게 만든 휴전선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종호 시인의 시 「이산가족」도 사람이 인위적으로 산을 헐어 도로를 내면서 하나였던 산이 둘로 나누어져 도로가 고라니들이 살아가는 삶의 터전을 갈라놓았다는 설정이다. 삼팔선이 주는 선입견은 무너지지 않고 도도하게 흐르는 강줄기 같은 힘을 보여준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삼팔선은 우리가 살아가는 도처에 무수하게 나 있다는 것을 이종호 시인의 이산가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높은 시멘트 옹벽, 땜, 고속도로, 아파트 단지, 공장 굴뚝, 방파제, 높은 빌딩 숲 등등 무수히 많다. 이것들은 동물이나 새, 자연환경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것들에게 사람이 만들어 놓은 삼팔선이다. 어미 고라니가 새끼 고라니에게 산이 다시 붙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으라는 당부는 꼭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자연환경이 고사되면 그다음 고사되는 것은 사람의 삶이다. 미세먼지며, 코로나 19, 수많은 질병 등이 모두 자연이 파괴되면서 찾아온 결과물일 것이다. 코로나 19는 총칼도 없이 사람의 삶을 가로막고 있는 삼팔선이 되어 있다.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게 이산가족임을 이종호 시인은 고라니와 산길을 통해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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