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박순길 作 / 봄
[시가 있는 아침]박순길 作 / 봄
  • 임영석
  • 승인 2021.03.07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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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초록으로 눈을 뜨고

꽃은
새싹으로 눈을 뜨고

사람은
옷차림으로 눈을 뜨고

세월은
아쉬움으로 눈을 뜨고

 

박순길 시집 『사랑하냐 물으면 그냥 웃지요』, 《청어》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봄이라는 계절을 표현해 왔다. 봄이라는 말을 그렇게 표현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박순길 시인은 「봄」을 바라보는 마음을 네 가지 방법으로 분류를 했다. 나무, 꽃, 사람, 세월은 각자 봄을 맞는 방법이 다르다. 아니 다른 것이 아니라 봄을 맞아 살아가는 방법을 다르게 나타내 보인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무는 초록의 잎을 피워 살아가는 숨소리를 만들어 내고, 꽃은 새싹을 틔워 또 다른 꽃을 피울 준비를 하며, 사람은 두꺼운 옷을 벗고 따뜻한 햇볕에 맞게 옷을 갈아입는다. 그리고 세월은 매번 그렇게 보낸 봄을 더 새롭게 만들어 살아가지 못한 아쉬움의 눈을 떠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만들어 가자고 눈을 뜬다. 이것이 박순길 시인이 바라보는 봄을 맞이하는 마음의 길이라 생각된다. 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추위를 견디는 시간을 이겨내야 한다. 아픔을 견디는 마음을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어떤 고통과 추위에도 새싹을 틔울 수 있는 희망이란 마음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지구상에도 사계절이 있는 곳이 있고 추위만 주는 곳이 있고 더위만 주는 곳이 있다. 각자 그 환경에 적응해 살아가는 방법도 무수히 많다. 봄이라는 말은 새로운 마음을 갖고자 하는 마음에서 출발하는 것 아닌가 한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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