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나무의 다재다능함
[기고] 나무의 다재다능함
  • 조두형
  • 승인 2021.03.28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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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산림조합장 조두형
△원주시산림조합장 조두형

따스한 봄의 햇살이 흩뿌려지면서 아지랑이가 녹아드는 계절이다. 코로나19로 모두 움츠러들고 있지만, 나무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봄 화장을 하느라 분주하다. 겨울 동안 앙상하고 황량했던 산천이 연두에서 초록으로 서서히 물들고 있다. 생기가 돌고 활력이 넘치는 봄은 그래서 희망의 계절이다. 이런 나무의 변장술에 샘이 나는 것은 왜일까. 온 세상이 봄꽃으로 무르익는 모습은 언제나 생동감이 있고 가슴을 설레게 한다. 

내달 5일은 식목일이다. 북부지방산림청은 지난 22일부터 나무 심기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나무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평생 한 그루의 나무를 심어보지 못한 사람도 있다. 시간이 없기보다는 여유가 없어 실천에 옮기지 못한다. 한번 나무를 반추해보자. 나무는 진정한 행복의 묘약이다. 나무를 심고, 또 심은 나무를 가꾸면 마음이 한결 너그러워진다. 잠시 느긋하게 쉬어갈 수 있는 여유,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여유를 즐길 수 있다. 내가 심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열매가 열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보람을 느끼고 뿌듯한 마음에 행복의 무게는 배가될 것이다. 

봄을 느끼는 오감은 나무에서 온다. 눈으로 보는 푸르름, 손으로 만지고 몸으로 기대어 보는 변화무쌍한 촉감, 사르륵사르륵 바람에 날리는 무성한 나뭇잎 소리, 춤을 추듯 흔들리며 뿜어내는 은은하고 그윽한 향기, 고로쇠 수액, 버섯 등등. 오감만족이다. 직장에서 업무에 찌들어도, 가사에 피곤이 엄습해와도, 뜰에 있는 나무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생각의 폭을 넓게 해준다. 초록색이 기진맥진한 뇌를 안정시키고 피곤함을 풀어준다는 의미도 나무가 오감을 자극하여 신체의 리듬감을 유지해주는 효과 때문이다. 

나무를 심는 마음은 사랑이고 미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자신의 마음속에 사랑을 키우고 꿈과 희망을 키우는 것이다. 정성을 다해 키운 나무가 열매를 맺고 푸르름을 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외면적인 만족이다. 나무를 심고 키우면서 자신을 다스리고 심성을 키워가는 것은 내면적인 만족이다. 나무를 키우면서 삶에 여유와 만족을 느끼면서 새로운 기회를 모색해 나갈 수 있다.  

올봄에는 나무를 심어보자. 사는 곳이 아파트라도 심을 장소는 얼마든지 있다. 어릴 때 다녔던 학교, 내가 다니는 직장, 자녀가 다니는 유치원, 그래도 심을 곳이 없다면 집안의 화분도 괜찮다. 눈과 마음을 정화하고, 실내공기를 정화하고, 생활환경을 정화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누구나 여백이 있는 삶이 있을 게다. 그 여백을 나무사랑으로 채워보자. 삶이 넉넉함으로 가득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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