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8) 악성(樂聖) 베토벤 (7) 운명 교향곡 (下)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38) 악성(樂聖) 베토벤 (7) 운명 교향곡 (下)
  • 최왕국
  • 승인 2021.04.11 2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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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최왕국 [작곡가]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베토벤 교향곡 5번’을 들은 후, “천장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 마구 흔들리는 것 같았다”고 했으며, 리스트의 스승으로 알려진 ‘르쥐에르’는 “모자를 쓰려 하니 내 머리가 어딨는지 모르겠네”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괴테’의 말도, ‘르쥐에르’의 표현도 모두 ‘운명 교향곡’의 새로운 사운드에 압도당했던 경험과 경의를 표하는 발언이었으리라.

이렇게 ‘경이로운’ 오케스트라 사운드의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금관악기(Brass)’의 새로운 편성과 활용 때문이었다. 베토벤은 교향곡 5번 4악장에서 트롬본을 추가했는데, 첫 시도 치고는 과감하게도 ‘알토 트럼본’, ‘테너 트롬본’, ‘베이스 트롬본’ 등 풀세트를 추가하였다. 그로 인하여 금관악기의 중저음 부분이 완벽하게 보강된다. (링크된 동영상 21분 14초 참조)

이렇게 중저음 성부가 알차게 보강됨으로써 트럼펫(trumpet) 연주자들은 더욱 자신감 있고 당당한 연주를 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중저음 악기의 든든한 지원 없이 트럼펫 소리만 크게 난다면 그저 빽빽거리는 날카로운 소리로 들릴 수도 있으니 말이다.

1번, 2번 등 베토벤의 초기 교향곡들은 하이든의 영향으로 밝고 따뜻하고 명랑한 사운드를 표현했는데, 교향곡 3번 ‘영웅’에서는 베토벤 특유의 장엄한 사운드가 등장하기 시작하며 여기에는 ‘프렌치혼’을 3대로 늘린 효과가 컸다.

그렇다고 해서 베토벤의 교향곡 1번과 2번이 하이든 교향곡의 사운드와 똑같았다는 것은 아니다. 오케스트라 편성은 비슷했지만 ‘클라리넷’도 포함되었고, 관악기들의 독특한 사운드도 살리는 등 나름 개성 있는 사운드를 구사했다. 

“그리스 소녀를 연상시킨다”는 슈만의 평론처럼 온화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4번 교향곡을 거친 후, 5번 교향곡에 이르러서는 트롬본의 합세로 더욱 웅장한 분위기의 관현악 사운드가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오늘의 유튜브 동영상은 직전 칼럼과 같은 곡이지만, 곡해설을 위해서 화면에 악보가 나오는 것으로 선택했다.

https://youtu.be/yKl4T5BnhOA (클릭)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독일의 음악사학자 ‘Paul Bekker’가 각 악장별로 “투쟁(Struggle), 희망(Hope), 의심(Doubt), 승리(Victory)”라는 별칭을 붙인 ‘베토벤 5번 교향곡’은 아래 악보의 1악장 모티브(Motive; 주제)가 전곡에 걸쳐 여러 모양으로 바뀌면서 나타나는데, 이것은 훗날 ‘바그너(R. Wagner)’의 ‘라이트 모티브’로 발전하는 효시(嚆矢)가 된다.

1악장은 위의 동기가 끊임없이 변형 반복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그 반복의 집요함은 마치 잔혹한 ‘운명’이 여러 가지 형태로 베토벤을 따라다니며 끈질기게 괴롭히는 모습을 연상하게 만든다. 그중 단연 으뜸은 청력 손실이다.

항상 이 곡의 1악장을 들으면 왠지 베토벤이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과 가열차게 투쟁하고 극복하는 모습이 떠올라 코끝이 찡해진다.

2악장(7분 8초)은 장조로 시작하며 따뜻하고 온화한 느낌을 준다. 주목할 것은 ‘투쟁’을 상징하는 1악장의 동기가 2악장에서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것이다. ‘희망’이라는 별칭을 붙일만하다.

3악장(16분 37초)에서는 1악장의 동기가 거의 완벽하게 되살아난다. 1악장 동기는 8분음표 세 음이 동음연타로 나온 후 3도 아래서 2분음표가 나오지만, 3악장에서는 네 음 모두 같은 음이라는 것과 빠른 3/4박자로 바뀐 정도가 다른 점이라고 할 수 있겠다.

1악장의 모티브가 다시 등장함으로써 모처럼 가지게 된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뭔가 의구심을 갖게 만든다는 느낌이다. 별칭을 붙인 ‘Bekker’의 천재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3악장이 끝난 후, ‘Attacca’(본 칼럼 134회 끝부분 참조)로 연주되는 4악장(21분 14초)은 전문가들이 이 교향곡 중 최고의 악장으로 꼽는 부분이며, 트롬본 풀세트가 전격 합류하여 웅장하고 찬란한 사운드를 연출해 낸다.

아아…
진정 승리의 환호성이 들리는듯한 박력 있는 이 소리에 그 누가 감탄하지 않을 수 있으랴!!

베토벤을 “악성(樂聖)”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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