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감사, 고물 트랙터로 면세유 부정 수령 ‘파문’
농협 감사, 고물 트랙터로 면세유 부정 수령 ‘파문’
  • 권혜민 기자
  • 승인 2021.04.11 21: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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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농협 B감사, 5년간 폐트랙터 등록 후 공급받아
주민들 “농협을 감독해야 할 감사가…”도덕적 해이 비난
A농협·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현장 조사 확인
B감사, 본지 취재 시작되자, 전격 사퇴

단위농협 감사가 농업용 면세유를 부정 수령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원주지역 A농협은 B감사가 트랙터를 운행한다고 속여 면세유를 지원받은 사실을 확인해 지난달 중순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해지를 요청했다.

농산물품질관리원과 A농협 조사결과 B감사는 지난 2017년 농협에 트랙터 기대번호(농기계 제조회사에서 엔진에 부여하는 일련번호)를 등록한 뒤 면세유를 공급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의 트랙터는 지난 1995년식(금성 GT 451D)으로 심하게 녹슬고 바퀴가 펑크 난데 이어 문짝이 뜯겨져 나가는 등 수년째 운행하지 않았다고 주민들은 주장했다. 실제로 이 트랙터 사이사이에는 10년 이상 된 두릅나무 20여 그루가 심어져 있었다.

한 주민은 “트랙터를 운행했다면 두릅나무가 자라지 않았을 것”이라며 “오랫동안 운행하지 않은 트랙터로 어떻게 면세유를 수령할 수 있냐”라고 주장했다. A농협은 조합원들 사이에 이 같은 문제가 제기되자, 사실 확인조사를 벌여 B감사가 운행하지 않는 트랙터로 면세유를 부정 수령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B감사는 본지가 A농협을 상대로 취재에 나서자, 지난 6일 조합 탈퇴와 함께 감사를 전격 사퇴했다. B감사는 4년 동안 이사를 역임한 뒤 지난 2019년부터 감사직을 맡고 있다. 주민들은 “조합을 관리 감독해야 할 임원이 면세유를 부정 수령한 것은 큰 문제가 있다.”라며 “국민의 세금을 편취한 범죄 행위를 저질렀으니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농민들에 따르면 지역농협에서 현장 확인 시 면세유류 관리대장에 등록된 농기계가 실제 존재하는지, 등록된 농기계의 규격은 일치하는지 여부 등을 점검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농협이 농기계를 직접 확인하지 않고 농민이 제출한 관련 서류 내용을 그대로 믿고 면세유를 공급하고 있어 전국적으로 문제 제기가 잇따랐다.

한편 지난 1986년 도입한 농업용 면세유 제도는 농가의 경영비 절감을 위해 농기계와 난방기 등 농업에 사용하는 기계에 대해 유류 세액을 전액 감면해 주는 제도다. 농업용 면세유 판매가격은 주유소 판매가에서 유류세액을 뺀 금액이다. 농협주유소와 면세유 취급 일반주유소는 세금을 제외한 면세유를 농민에게 공급하고 매월 정부로부터 면세 금액을 환급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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