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이광재에게 주는 가르침
[비로봉에서] 철학자 비트겐슈타인이 이광재에게 주는 가르침
  • 심규정
  • 승인 2021.04.25 2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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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타임지 선정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철학자로 선정 된 비트겐슈타인(Wittgenstein)은 이렇게 말했다. “언어의 한계가 세계의 한계”라고. 결국 모든 사람은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한계에 의해 자신의 세계가 한정된다는 말이다. 언어의 한계는 곧 사고의 한계다. 고리타분한 철학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광재 국회의원의 말풍선 때문이다.

이 의원은 장애인의 날인 지난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의 글을 올렸다. 지난해 7월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에게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히 알지 못하면 정책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라고 발언했다. 이후 이 의원의 발언은 장애인 비하논란으로 불거졌고, 결국 그는 사과했다. 

10개월 만에 이 의원이 재차 사과에 나선 것은 장애인단체가 그동안 장애인 혐오발언을 한 이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5명을 상대로 1인당 위자료 100만 원을 청구하는 장애차별구제 소송을 냈기 때문이다. 그는 “변명의 여지없는 잘못된 언행이었습니다. 앞으로의 언행에 신중을 다 하겠습니다.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욱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라고 머리를 숙였다.

이광재 의원은 달변가다. 해박한 지식과 혜안, 논리정연한 말투. 그의 말을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쏙 빠져든다. 당시 발언이 문제가 됐을 때 “실수했네.”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권 잠룡으로서 무게감 때문인지, 그는 잦은 설화(舌禍)에 휩싸였다.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지난달 31일 이 의원은 대구비하 발언으로 또 한 번 홍역을 치렀다.

그는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 참석해 “지난 41년간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나왔음에도 대구 경제는 지금 전국에서 꼴찌”라고 말해 보수 텃밭 대구민심을 들끓게 했다. 부지불식간에 속마음을 들켜버리는 실언(失言)을 일컫는 ‘프로이트의 말실수(Freudian slip)’의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대권 잠룡이 이렇게 뺄셈의 정치를 해도 될까.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말 이면에서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한다.”라고. 이 의원 발언 이후 국민의힘은 발끈했다. ”여당의 중책을 맡은 주요 인사들이 지역 비하 망언을 쏟아낸다는 것은 민주당이 평소 생각을 반영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신중하지 못하고 경솔하다. 품격이 없고 상대방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라고 비난했다. 심지어 “문재인 정부가 초래한 대한민국 최악의 경제위기 상황 때문에 아무리 선거가 불리하게 전개되더라도 애먼 대구를 끌어들여 비하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이라는 일침까지 나왔다. 

이 의원의 말폭탄은 당사자로 하여금 끝 부분을 날카롭게 다듬은 창과도 같은 것이다. “칼에 베인 상처는 금세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 라는 말처럼 그의 발언은 당사자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안겼다. 두 실언에서 보듯 사납고, 으스스하다. 점잖지 못하다. 언어미(言語美), 언어의 격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다. 정치꾼의 선동조 발언으로 이해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이런 이 의원에게 지역에서는 “저런 정치인이었어...”라고 의심에 찬 시선과 함께 실망스런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주당 소속 한 정치인의 발언을 소개해본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너무 오래 현실 정치권과 멀어져 있어서 자꾸 물음표를 던지게 된다. 감각이 예전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간간히 그에게 날라 들었던 “대권 로드맵에 매몰돼 지역에서 스킨십이 부족하다.”라는 말이 요즘 부쩍 늘고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말이 아닌 침묵으로 표현할 수 있다.”고. 정치인이 어떻게 침묵할 수 있으랴마는 숙성되지 못한 말은 침묵만도 못하다. 이 의원은 말을 내뱉기 전에 생각을 정교하게 가다듬고 언어구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의 발언은 존재감만큼 즉발성이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또한 바이러스처럼 잠복성도 있어 언제든지 부메랑이 되어 그를 공격하는 무기가 될 수 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 것이 가치를 낳는다.”라고. 역설적으로 보면 그 가치는 잔잔한 바람에도 부스스 떨어지는 낙엽과도 같은 것임을 명심해야 하지 않을까. 이광재 의원이 또 어떤 독한 말로 뉴스의 중심 인물이 될지, 주의 깊게 지켜보겠다. ‘언어의 천재’ 이광재 의원이 점점 ‘언어의 둔재’처럼 비춰지는 현실은 너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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