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직사회 다면평가 이래도 괜찮을까
[기고] 공직사회 다면평가 이래도 괜찮을까
  • 최영창
  • 승인 2021.05.02 2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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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창 [전 원주시 상하수도사업소장]
△최영창 [전 원주시 상하수도사업소장]

최근 취업난과 안정성을 이유로 젊은 세대의 공직에 대한 선호도의 상승으로 공직을 택한 인원은 엄청난 수준이다. 심지어 몇 년 사이 그 숫자가 조직의 절반에 달하는 데도 있다. 이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고,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인터넷이나 메신저 등에 좀 더 익숙하다는 특징이 있어 정체된 조직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 넣어주었다.

정작 이들에게는 계급제의 팀으로 이루어진 공직사회의 조직문화가 엄청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예전에는 근무연수별, 직급별로 알맞게 구성되어 나이가 많고 계급이 높은 직원이 차석 역할을 담당하며 신규 직원의 업무나 심리적 고충을 도와주었으나 급속한 세대교체와 짧은 승진기간으로 인해 그 역할을 담당하던 차석은 실질적으로 사라져 버렸다.

그 결과 공직문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조직 내를 헤매다 조직에서 이탈하는 사례도 종종 발생한다. 이들을 보듬어 줄 실효성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이유이다. 또한 급격한 세대교체로 발생할 인사 적체에 대비하여 지금부터 어떤 평가방법이 가장 최선인가도 고민해야 한다.

현재 많은 조직에서 별다른 고민 없이 다면평가제를 승진이나 성과급 등의 목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면평가의 본래 목적이 물질적 보상이 아닌 구성원의 자기개발 도모라는 점을 도외시하고 있다.

학문적으로 다면평가제는 ‘360도 피드백’을 해석한 것으로 익명성과 평가결과의 피드백(환류기능)이 가장 큰 특징이다. 여러 명이 평가하면 정확할 것이다, 익명성이 보장되면 보다 솔직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에 기초한 것으로 평가결과를 대상자에게 알려주어 상담, 훈련 등의 지원을 통해 단점을 시정하여 자기개발을 유도하고 조직 발전에 기여시키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운용실태를 보면, 인사평가의 편리성을 추구해서인지 평가 대상자에게는 제도상 보장된 최소한의 배려도 없다. 자신의 평가결과를 정작 자신은 알지 못한다. 어느 조직이든 익명성을 빌미로 특정인에 대해 편향적인 평가를 하거나 부하들이 담합하여 특정인을 의도적으로 부정적으로 평가를 하는 문제점이 발생하기 때문에 평가대상자에게 결과를 알려주어 소명의 기회도 주어야 한다.

이 제도로 인해 구성원 간에 불신 분위기가 조장되고 있고, 대상자들은 오랜 기간 심리적으로 불안상태에 방치된다. 또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합리적 이유 없이 소수를 희생시키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제도의 실질적인 피해자가 조직 내에서 중추인력이라 말하는 계급이니 더욱 안타깝다. 그 결과 시민에게 제공하는 행정서비스의 질이 떨어질까 걱정하는 것이 지나친 노파심일까 자문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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