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 말, 말, 말
[세상의 자막들] 말, 말, 말
  • 임영석
  • 승인 2022.10.02 17: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것이 파벌(派閥) 정치다. 동양에서는 이 파벌을 붕당(朋黨) 정치라 말한다. 파벌이나 붕당이나 같은 이치로 놓고 보면 말을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즉 생각을 달리한다는 말이다. 조선 선조 25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이 대표적인 붕당정치, 즉 파벌 정치의 폐해일 것이다. 그리고 근대사에서는 남과 북으로 갈라진 민주주의와 공산주의 이념의 대결로 벌어진 6.25 전쟁이 될 것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파벌이라는 것, 붕당이라는 것은 생각의 차이로 생겨난 말의 갈림이다. 나무의 씨앗이 처음에는 한 줄기의 싹을 틔운다. 그러나 차츰 나무가 자라며 줄기가 뻗고 그 줄기가 가지가 되고 가지가 커서 각자 다른 열매를 맺는 오랜 과정에서 나무는 기후와 땅의 조건에 맞게 진화하여 여러 종류의 나무가 세상에 뿌리내려 왔다. 그러니 소나무, 감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등등 수 없는 나무들의 모습이 하나의 말에 지나지 않는 형태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겪는 세상의 모습을 보면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보다는 정치인들의 말에 의한 피해가 더 크다. 자연재해야 눈에 보이고 잘못된 것이 드러나지만 말의 피해는 당장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다. 파벌과 붕당 정치의 결말은 언제나 적에게 침략을 당해 국민이 그 고통을 고스란히 받았다는 것이다. 파벌이 형성되는 그 성격을 보면 봉쇄적인 성격, 배타적인 성격, 비합리적 성격, 이해에 대한 예민한 성격 등을 들 수 있다. 

파벌이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파벌이 형성되는 성격을 놓고 보면 봉쇄적이거나 배타적인 면, 그리고 비합리성, 이해를 하지 않는 것 등을 놓고 보면 부정적 이미지가 더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 우리 역사성에 비추어 볼 때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현실 정치를 놓고 보더라도 당리당략이란 말로 치부된다. 그리고 같은 당내에서도 어떤 사람을 기준으로 뭉쳐 있느냐에 따라서 오고 가는 말이 다르다. 또 말이라는 것이 정치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학문이나 언론, 철학에 따라서 각자 다른 생각의 범위를 지니고 있다. 이런 학문과 언론, 철학도 결과적으로 보면 정치에 소속감을 지니게 되면 파벌로 규정되어 있다. 

말이 다르다는 것은 생각이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생각과 말이 다르다는 것을 1차원적으로 인정하며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야 평화가 공존한다. 그리고 그 세력의 범위를 확대하여 더 질 좋은 생각을 전파하고 열매를 맺게 해서 세력을 넓혀가는 것이 파벌정치의 가장 큰 핵심 중의 하나다. 여기에 거짓이나 위선이 숨겨 있다면 권력을 손에 잡는 정권 창출의 목적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이 현실 정치에 그대로 반영되어왔다.

어느 사회에서나 말은 곧 무기이다. 

내가 내 뱉은 말을 얼마나 성실하게 이행하느냐에 따라서 말의 힘이 형성된다. 이것이 여론이 되고, 지지를 이끌어내는 힘이 되는 것이다. 지금 우리 현실 정치에서 여당이나 야당 모두 이 말의 힘을 더 강하게 만들기 위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한 나라가 망하고 흥하는 이유를 놓고 보면 결국 말에 의해서 망하고 흥한다.

여야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XX 새끼’를 놓고, 야당의 당 대표가 과거에 했던 ‘XX’등의 비속어를 놓고 서로 설전을 벌이고 있다. 지금 당장은 대통령의 입에서 나온 비속어의 말의 무게감이 더 크다. 그 무게감이 더 크게 느끼는 것은 모든 정치의 지형이 대통령을 중심에 놓고 나라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먼 미래를 놓고 보면 누구나 자신이 했던 말에 의해서 미래의 앞날을 보장받을 수 없는 안개 같은 날을 맞이하게 되어 있다. 개인이나 정치인이나 말의 무게는 크게 다르지 않다.

불평을 품은 만큼 행복은 빼앗기고 / 감사하는 만큼 주어진다고 그가 말했지만 / 성취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잃는다고 / 그가 말했지만 / 아픈 만큼 깊어진다고 그가 말했지만 / 괴로운 기쁨도 있다고 그가 말했지만 / 내가 잊지 못할 말은 괴로운 기쁨뿐이라네. / 그 말이 날 물어뜯고 있다네.
▲ 천양희 시 「말」 전문

천양희 시인의 시 「말」에도 불평을 품은 만큼 행복이 빼앗긴다고 했다. 그리고 감사함을 품은 만큼 열매가 더 크게 주어진다고 했다. 우리가 매일 듣는 뉴스 속의 말속에는 우리들 미래의 꽃이 피는 땅이 있다. 

그 말 꽃이 아름답게 피지 않고 흉한 말의 꽃만 핀다면 미래의 우리 삶의 열매는 입에 담을 수 없는 쓴 열매들만 열리게 되어 있다. 말, 말, 말..., 그 말을 들어 보면 그 사람의 삶의 시간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 보이게 되어 있다. 지금 우리 현실 정치의 말을 들어보면 우리의 미래를 얼마나 담보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