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딸과 함께 한 홍콩여행기
<살며 사랑하며>딸과 함께 한 홍콩여행기
  • 송정숙
  • 승인 2016.03.20 10: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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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정숙<주부>

 가슴 설레며 딸과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이런 저런 이야기 꽃을 피우다 잠든 딸을 보니 나도 모르게 만감이 교차했다. 어릴 때 귀여운 재롱으로 많은 웃음을 주던 딸이 이렇게 내 친구가 되어 여행을 갈 만큼 언제 컸는지 모르겠다.

대견하면서도 짠하고 안쓰럽기도 했다. 어느새 홍콩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이 나왔다. 호텔에 도착해 짐을 풀고 구글 지도를 보며 레스토랑을 찾아가는데, 길이 좁고 건물이 높아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간판이 보이지 않아 헤맸다.

인터넷은 목적지를 찾는데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했다. 간장에 절인 돼지고기 요리와 코코넛 오일을 넣은 볶음밥은 고소하면서도 좀 느끼해서 고추장과 김치 생각이 절로 났지만 딸은 맛있다고 잘 먹는다.

식사를 마치고 MTR을 타고 환전소가 많다는 청킹맨션으로 갔다. 문 앞에 진을 치고 있던 인도인들이 우리에게 말을 걸었다. “가짜 시계 있어요!” 유창한 한국어 발음을 들으니 ‘여기 한국인들이 얼마나 많이 오길래......’하는 생각과 우리가 한국인인지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했다.

딸에게 이야기하니, “어머니, 엄청 한국사람 같거든요”하며 깔깔깔 웃는다. 침샤추이의 화려한 밤거리를 걷다 시간에 맞춰 레이저 쇼를 보았다. 빌딩에서 뿜어져 나오는 화려한 빛과 레이저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 아름답고 인상적이었다.

이어 우리는 페닌술라에 갔는데 호텔과 명품관이 마치 잘 조성된 공원 안에 들어와 있다는 착각에 빠졌다. 호텔로 가는 길에 용설란이라는 과일과 맥주를 몇 개 샀다. 3개에 2,000원이라니 거져 사는 것 같았다.

땅콩을 넣고 만든 과자를 떨이가격으로 사들고 오면서 여행을 와도 주부마음은 어쩔수 없다는 생각에 절로 미소가 번졌다. 둘째 날에 오션파크엘에 가서 바다사자, 물개 등을 보고, 절벽을 따라 설치된 케이블카를 타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 후 홍콩의 번화가 면세점으로 갔다.

눈은 즐거웠지만 가격은 만만치가 않았다. 좀 느긋하게 홍콩의 야경을 보기 위해 지붕이 없는 이층버스를 탔다. 버스는 조금 긴 터널을 통과했는데 자동차 수십 대에서 뿜어져 나오는 매연과 홍콩의 차가운 밤바람 때문에 너무 힘들었다.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이번에는 퇴근시간과 맞물려 도로가 꽉 막혀 힘들게 했다. 하지만 홍콩의 야경은 역시 백만불짜리였다. 환경오염과 거리가 너무 복잡한 것은 옥의 티였다.

여행 마지막 날, 세계에서 가장 길다는 에스컬레이터가 있는 곳으로 이동해 워킹투어와 함께 재래시장도 둘러봤다. 규모가 작아도 재래시장은 어딜 가나 정이 느껴져 좋다.

이번 여행에서 우리는 서로 부족함을 채워주며 모녀의 정을 느꼈다. 홍콩이 한자 문화권이라 영어 세대인 딸은 한문이 부족해 엄마의 도움을 받고, 엄마는 딸의 도움을 받으며, 무언가를 함께 해 냈다는 생각에 뿌듯했다.

인생도 미지의 세계를 개척해 나가는 여행이라고 했다. 비록 힘들었지만 멋진 여행이었다. 바쁜 시간을 쪼개 엄마와 여행을 같이 가 준 딸과 마음 편하게 다녀올 수 있도록 나를 든든하게 지원해 준 남편과 아이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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