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고양이와 생선
<이재구 칼럼>고양이와 생선
  • 이재구
  • 승인 2017.05.15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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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변호사>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면 어떤 결과가 될까? 고양이가 주인을 위하여 생선을 잘 지키기를 바라는 것은 어리석은 생각이다. 고양이가 아닌 사람이라면 어떨까?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대통령이 되는 사람은 어떤 권한을 가지는가도 문제이지만, 그 권한을 어떻게 사용하는가, 국민을 보호할 책무를 성실하게 이행하는가가 더 문제이다. 업무상 배임에 관한 판례를 소개한다. 재개발조합의 조합장이 법무사와 조합원들의 근저당설정등기 신청 및 약속어음공증 신청, 대행용역계약을 체결하면서 출장비 및 공증신청대행 수수료로 건당 5만원씩 500명의 조합원들의 출장비 등으로 2,500만원의 수수료를 지불하였다. 1심 법원은 업무상배임죄를 인정하고 유죄판결을 하였지만 2심 법원은 ‘법무사에게 지급한 비용이 다소 비싼 것은 맞지만 법무사가 작성한 내역서를 기준으로 정한 것에 불과하므로 고의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조합장은 조합원들이 최소한의 경비만을 부담하도록 비용을 지출하거나 계약을 체결할 업무상 의무가 있고, 조합장이 법무사가 제시한 금액을 낮추려는 시도도 하지 않고 그대로 계약을 체결한 것은 업무상 배임죄가 된다고 판결하였다. 지역주택조합이나 재개발, 재건축 조합의 경우 사업추진과정에서 분양, 홍보, 인허가 등 각종 용역 대행업체의 선정이 필요하다. 시공사 뿐 아니라 하청업체의 선정에도 조합이 관여하기 때문에 모든 단계에서 이권을 둘러싼 비리가 발생하게 된다. 이러한 조합은 조합원들이 모여 사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조합을 대표할 조합장과 임원이 선출되어야 한다. 조합장은 조합을 위해 사업이 끝날 때까지 조합원들의 이익을 위해 노력하여야 할 의무가 있다. 조합의 설립 이전부터 대여금 형식으로 경비를 부담하면서 토지를 매입하고, 조합원을 모집하거나 홍보 등 조합의 업무를 대신 처리해 주는 OS업체(Outsourcing, 아웃소싱, 광고대행, 분양대행 등의 외주용역업체)가 등장한다. 이들은 특정인을 조합장으로 선출되게 하거나 각종 협력업체 선정 등 각종 이권에 개입하며 이익을 빼내가기 위하여 치밀하게 조합을 장악해 간다. 조합을 유지하는 비용도 막대하게 투입된다. 총회 개최, 광고대행, 조합원모집 등 분양 대행, 조합관리용역, 기타 시공관련 컨설팅 용역비 명목으로 엄청난 비용이 지출된다. 이러한 고비용의 용역비 지출은 왜곡된 조합 총회를 통해 통과된다. 조합이 장악한 OS업체들이 결탁하여 서면결의서를 받는 방법으로 총회를 조종한다. 결국 조합원들은 조합을 장악한 세력의 합법적 결의를 통과시키는데 이용된다. 이러한 시나리오는 소설에 나오는 것이 아니다. 수많은 조합의 비리 사건에 실제 드러난 사실들이다. 좀 더 큰 대기업이나 공기업, 국가를 보더라도 달라질 것이 없다. 대통령이 관리하는 모든 공무원들이 위 사례와 같은 조합장이라면 국가나 공기업, 회사는 점점 썩어가게 된다. 업무상 배임의 결과는 조합 사업의 실패와 조합원들의 분담금 증가로 직결된다. 밑 빠진 독처럼 물이 줄줄 새다 보면 결국 그 조직은 와해되고 만다. 조합이나 국가의 장래는 투명하고 깨끗한 조직의 임원이나 공무원들의 책임있는 직무수행 여부에 달려있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오지 않게 하려면, 독이 깨지지 않고 물이 새지 않도록 하려면 지속적인 관심과 감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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