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 자넷 리와 로또복권
<이재구 칼럼> 자넷 리와 로또복권
  • 이재구
  • 승인 2017.06.05 06: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이재구 <변호사>

행복이 무엇일까. 로또복권에 당첨되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을 것이다. 미국교포인 자넷 리는 4달러짜리 복권이 당첨되어 265억 원을 받았다. 그녀가 복권에 당첨되자 많은 미국 전역에서 도와달라는 편지가 쇄도했다. 자넷 리(한국명 이옥자)는 이를 다 도와줬다고 한다. 그녀는 많은 정치자금도 많이 냈다. 그 덕분에 클린턴 대통령 옆자리에 앉아 식사를 할 정도로 사교계에 알려졌고, 사교계 신데렐라로 불렸다.

하지만 기부의 즐거움만 누린 것은 아니다. 어떤 사람은 그녀에게 저주를 퍼붓기도 했다. 2000 달러(약 220만원)짜리 수표를 보내자 그 사람이 보낸 답장은 하느님의 저주를 받으라는 것이었다. 돈 적게 줬다는 것이 이유였다. 기부해 달라는 편지들 중에는 돈 안주면 집에 와서 죽겠고 협박성 내용도 많았다고 한다.

그녀는 원래 세인트루이스에서 ‘가발가게’를 운영하고 있었다. 내가 판사시절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학교 로스쿨 연수를 갔을 때 으리으리한 도서관의 규모에 놀랐다. 그런데 그 도서관의 이름이 자넷 리 홀이었고, 한국 여인의 사진이 걸려있었다.

알아보니 그녀가 엄청난 복권에 당첨되어 워싱턴 대학교 도서관에 많은 기부금을 냈다는 것이었다. 한국인으로서 자랑스럽기까지 했던 기억이 난다. 그녀는 이렇게 당첨금의 2/3를 기부금이나 정치자금으로 냈다. 이런 행복은 8년 만에 끝났다. 그녀 옆에 몰려든 사기꾼들에게 투자한 결과였다. 파산한 그녀는 가구 한 개 없는 텅 빈 원룸에서 정부보조금을 생활하고 있다.

만약 자넷 리가 복권이 당첨 안 됐으면 이렇게 고난을 받지는 않았을 것이다. 복권에 당첨되고 주변 사람들 모두를 잃었다. 행복은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에 감사하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된다. 복권에 당첨된 다른 사람들 중에도 이혼하거나 파산한 경우가 많이 있다.

로또복권에 당첨되어 돈벼락을 맞는 순간은 행복했을지 몰라도 벼락맞은 것 같은 행복은 결국 그 사람을 파멸로 몰고 가기도 한다. 엄청난 돈을 갑자기 가지게 되면 이전에 살았던 자신의 모습을 잊게 되고, 주변에 사기꾼이 모여든다. 많은 돈을 투자하였다가 사기를 당하게 되면 극심한 고통을 받게 된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음식을 먹어도 소화가 되지 않는다. 결국 행복은 다른 곳에 있는 것이 분명하다.

지금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아 잠을 못 이룰 정도로 고통을 받고 있더라도 그 고통이 끝까지 가지는 않고 대부분 시간이 지나면 극복하고 해결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사는 것이 필요하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지고 고통을 받아 본 사람은 그것을 극복했을 때 이전의 평범하고 아무 일 없이 현재 순간을 즐길 수 있는 것, 친구,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으로 가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비로소 알게 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평범한 것, 현재 가지고 있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지 깨닫게 될 때 행복이 찾아온다. 파산 후 자넷 리는 수백억 원 돈을 가졌을 때보다 마음 편하게 잠 잘 수 있는 현재가 더 행복하다고 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