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 억울함을 밝힐 방법
<이재구 칼럼> 억울함을 밝힐 방법
  • 이재구
  • 승인 2017.06.26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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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 <변호사>

미국의 프로복서인 루빈 카터는 백인 3명을 총으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되어 유죄평결을 받고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후 19년 감옥에서 살았다. 백인 배심원들은 전원 유죄평결을 하였다. 22년 후 그는 재심에서 무죄임이 밝혀져 석방되었다. 이 내용은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러한 기적을 만든 것은 자발적으로 기금을 모금하고 재심캠페인을 벌인 시민들의 노력이었다. 루빈 카터가 쓴 16라운드라는 자서전을 읽은 가수 밥 딜런은 카터가 겪은 고통과 인종차별을 담은 허리케인이라는 노래를 불렀고, 무하마드 알리도 카터 구명운동을 했다.

1997년에 사형이 집행된 데이빗 스펜스는 2000년 무죄판결을 받았다. 고문에 못 이겨 허위자백을 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경찰을 살해한 혐의로 1998년 사형이 집행된 레오존스도 마찬가지로 경찰의 폭행으로 허위자백을 한 것이 밝혀져 사형집행 무 무죄판결을 받았다. 미국의 일리노이 주에서는 2000년 1월 사형집행을 중지하는 모라토리움을 선언하였다.

과학적 수사기법이 미비하던 시기에 배심원들의 전원일치 의견으로 유죄평결을 받았던 사람들이 나중에 새로운 범인의 발견, 증인들의 증언번복 등으로 재심재판이 열리게 되고, 새로운 과학적 식별방법인 유전자 DNA등의 분석에 의하여 범인이 다른 사람임이 확인되는 경우가 생겼다. 미국의 경우 1973년 이후 107명의 사형수가 새로운 증거에 의하여 석방되었다고 한다.

일리노이 주에서는 나중에 오판임이 밝혀졌으나 이미 사형이 집행된 사람이 수십 명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일리노이 주에서는 더 이상의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다는 사형집행 보류 선언을 한 것이다. 사형수 오휘웅은 사형집행을 당하는 순간에도 모든 사람을 저주하면서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다. 정말 억울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사형집행은 증거를 영원히 사라지게 만들고 이미 사형집행을 당한 사람은 억울함을 풀 수 있는 기회가 잃게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듀스 멤버였던 김성재 살인사건에서 여자친구가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된 사건이 있었다. 솔로컴백 후 방송에 출연한 후 여자친구와 함께 호텔에서 술을 마시고 잠을 잤는데 다음 날 아침 숨진채 발견되었다. 여자친구는 새벽에 호텔을 나갔다. 김성재의 팔뚝에서 주사바늘 자국이 발견되고, 과도한 약물로 사망했고, 시신에서 동물마취세 성분인 졸리텔 성분이 검출되었다. 김성재가 여자친구에게 결별을 통보했고, 여자친구가 동물병원에서 동물용 수면제, 주사기를 구입한 것이 밝혀졌고 나중에 동물병원을 찾아가 약 구입사실을 알리지 말라고 부탁했다. 여자친구는 애완견을 안락사 시키기 위해 샀지만 다음 날 버렸다고 주장했다. 결국 그 사건은 미제로 남게 되었다. 무죄 이유는 김성재와 여자친구는 원만한 관계였기 때문에 살해 동기가 없었고, 구입한 동물수면제 양이 치사량에 미달하며, 사망 시간 추정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여자친구가 살인죄를 저지른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을 정도의 증거가 있다면 무죄판결을 해서 한사람의 억울한 사람이 있어서는 안된다는 것이 판례이다. 최근 퇴임한 이인복 대법관은 유죄의 선입관을 가진 법관들의 우월의식과 편견을 지적하는 판결을 한 적이 있다.

"검사의 공소 사실과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에서 보이는 여러 불일치, 모순, 의문에는 애써 눈감으면서, 오히려 피고인의 주장과 증거에는 불신의 전제에서 현미경의 잣대를 들이대며 엄격한 증명을 요구하는 것은 형사법원이 취할 태도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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