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방한담>시를 노래하라
<차방한담>시를 노래하라
  • 금태동
  • 승인 2017.12.26 05:39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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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태동<시인>

십 수 년 전에 아내가 복통을 호소하자 인근병원에서는 대학병원으로 이송을 결정하였다. 수 시간에 걸쳐 이런 저런 검사를 통하여 자궁에 큰 물혹이 있어 절제를 하자는 동의서에 서명을 할 때만 해도 시간 반 정도면 모든 상황은 마감될 것으로 믿었다. 절제시술 중에 보호자를 찾는 방송이 나왔고, 주치의는 내게 “물혹의 상태가 의심되니 조직검사를 의뢰하여 보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악성종양 진단을 받았고, 애초의 물혹 제거시술은 여성기관 전부를 들어내는 수술로 바뀌면서 아홉 시간 이상을 끌었다.

이후 허약한 아내 몸속의 암세포 확산 방지를 위한 사투는 처절하였다. 암 치료제는 신체의 가장 약한 곳을 공격하며 대표적으로 눈의 시력이 나빠질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시력이 떨어지더라도 생명을 보전 할 수 있다면 감수를 해야 할 것이다. 옆자리 환우가 집중치료실로 급히 이동하여 숨을 거둔 것을 전해 듣는 것은 당사자들에게 이보다 더한 공포는 없으리라. 그나마 한국의 의료수준이 세계 정상급이라는 말에 위안을 삼았다.

오 년이 지나고 십년이 지나면서 살아 있다는 안도가 컸지만, 눈이 점점 안 보이는 심각한 상황에서 같은 병원 안과에서는 암치료제 투여로 인해 눈이 나빠지고 있다는 어떤 연관성도 확인되지 않는다는 주장만 되풀이 한다. 그렇다고 뚜렷한 진단도 치료방식도 제시하지 못하기에 다른 병원 안과를 찾아 진단을 받으니 현재 의술로는 치료가 불가능 하며, 완전 실명이 될 수도 있다는 절망적 소견이다. 몇 달 전에 시각장애인 등록을 하고 복지카드를 발급 받았다. 책 한 줄을 읽을 수 없고, 버스 번호판이 보이지 않으니 홀로 외출이 불가하다. 더 큰 문제는 슬픈 우울감이 더해 삶의 의욕이 저하된다는 사실이다. 인근의 문화센터를 찾았지만 눈이 안보이니 어울리며 배울 수 있는 게 없다. 먹고 자고 일어나 앉았다가 애완견을 끌어안고 노는 것으로 인생을 살 수 있겠는가.

아픈 것은 아내고 나는 생계를 꾸려야 한다. 단계동에 보이차다도 사랑방 <보이객잔> 오픈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아내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마침 친분 있는 L도의원께서 나눔시낭송예술원 손은선 원장을 소개하여 주기에 무릎을 쳤다. 내 사무실에 음향시설을 하고, 영상시연을 할 수 있는 기본을 갖추어 손은선 의 ‘시를 노래하라’ 제하의 시낭송 과정을 개설하였다. 아내에게 시낭송을 배우라 권했는데 생뚱맞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손을 이끌어 수업에 참여시켰다. 생활정보지며 SNS를 통하여 광고를 했더니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수강신청을 하였다. 아내에게는 배울 것이 생겼고, 친구가 생겼으며, 목표가 만들어졌다. 요양원 봉사를 다니고, 원주교도소 시낭송 치유 프로그램에 참가하기도 하더니 드디어 박건호 시낭송대회에 참가를 하겠다고 밤낮으로 녹음을 하여 전송해 온다.

지난 12일에 중앙청소년문화회관에서 "하얀 겨울, 시소리에 물들다" 낭송발표회를 했는데 객석에서 나는 남편이 아니라 학부모인 듯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백일동안 굴속에서 쑥과 마늘만 먹은 곰이, 기뻐하는 사람이 된 형상을 본 것이 세월이다. 문화부 장관은 뭘 하고 있나? 내 아내가 지금 당신이 지은 '접시꽃 당신'을 노래하고 있지 아니한가. 시낭송 문화를 접한 것이 이십 년에 가깝다. 여의도에서 시낭송 강좌반을 개설하여 다수의 수료생을 행정적으로 배출하기도 하였다. 그때, 수많은 낭송가며, 지도자와 소통하였지만 손은선 원장과 함께하는 지금이 가장 성숙한 내일의 비전을 보여주는 기쁨이 있다. 손은선과 함께 시를 노래하라! 당신의 삶에 긍정의 에너지가 끓어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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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양하 2017-12-26 21:20:48
요즘 세상에
보기 어려운
극진한 순애보를
접하는 자신이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