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칼럼>2018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
<이재구칼럼>2018 “작지만 확실한 행복” 찾기
  • 이재구
  • 승인 2018.01.02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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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변호사>

최근 tvN에서 방영했던 “윤식당”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그저 밥을 파는 것이 전부인데 한번 보면 계속 궁금해서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었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16.7%까지 올라갔다.

배우 윤여정 등 연예인 3명이 인도네시아 발리의 작은 섬에 허름한 장소를 빌려 식당을 열고 음식을 판다는 것이 컨셉이었다. 불고기, 라면, 만두 등 특별한 것도 아닌 음식을 만들어 팔았다. 전 세계에서 발리로 놀러온 손님들을 대상으로 한국 음식을 만들어 판다는 것만 빼고는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의 분식점과 다를 것이 없었다. 같은 채널의 ‘삼시세끼’도 마찬가지의 프로그램이다. 삼시세끼 어촌편은 최고 시청률이 14.2%를 기록하였다.

이런 단순한 예능 프로그램에 전 국민을 TV 앞에 앉도록 하고 지상파 방송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하게 한 이유가 무엇일까. ‘삼시세끼’, ‘윤식당’을 보면 “저게 바로 내가 원하는 삶이야.”, “나도 저렇게 먹고 놀고 싶다. 나도 저런 식당을 오픈해서 즐겨보고 싶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실제 ‘삼시세끼’ 프로그램의 영향인지는 모르지만 31%의 사람들이 시골에 가서 삼시세끼 프로그램에서 하는 것 같은 여행을 하고 싶다고 했다.

사람들은 은퇴하면 꼭 하고 싶은 것을 위시리스트(Wish List)에 올려놓는다. “돈을 벌어 은퇴하면 세계 일주를 하고 싶다.” 그러나 미래의 순간이 다가온다고 해도 기대했던 행복은 없을 수 있다. 막상 미래가 다가와도 생각보다 행복이 짧게 지나가고 곧 병이 들거나 노환으로 고통받게 된다. 요즘 세대는 행복은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미래의 거창한 꿈, 즉 강도 높은 것이 아니라 현재의 소박하고 확실한 기쁨, 즉 자주 얻을 수 있는 행복의 빈도로 바뀌게 된다. 이것은 특별한 것이 아닌 평범함에 대한 행복을 의미한다.

최근 많은 사람들은 바쁜 일상과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 생활에서 벗어나 “아무것도 하지 않고 먹고 놀면서 만화책이나 보는 소박한 자신의 꿈”을 실현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이를 ‘소확행’(小確幸)이라고 표현한다. 요즘 소비자들은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고 미래보다는 현재의 일상적이고 잦은 행복을 추구하고 있다.

‘윤식당’, ‘삼시세끼’의 인기는 요즘 트렌드를 나영석PD가 치밀하게 조작된 시나리오에 의하여 판타지로 절묘하게 결합한 결과이다. 이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공감을 얻은 이유를 살펴보자.

‘윤식당’은 왜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 오픈한 것일까? 나영석PD는 뉴욕이나 파리, 호텔에서 식당을 열었다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그곳은 물가가 비싸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범접할 수 없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지만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는데”라는 장소와 비용으로 오픈했기 때문에 관심을 끌 수 있었던 것이다.

왜 골치아픈 장면은 하나도 내보지 않는 것일까? 이러한 프로그램은 철저한 시나리오에 의해 촬영된다. 그래도 사실을 전달하는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모든 것이 시나리오 대로 진행되고 재미없는 것은 철저히 배제된다. 촬영 장소의 집을 구하고 계약하거나 월세는 내는 것, 집을 수리하고 원상복구하는 것, 이웃과의 갈등으로 싸우게 되는 것은 보이지 않는다.

나영석PD는 프로그램은 사실 공상이고 현실이 아닌 판타지라고 한다. 시청자들은 이를 간과한다. 어쨌든 소박한 우리의 일상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행복, 작지만 확실한 행복은 충분한 가치가 있다. 강도보다는 빈도가 중요하다. 이제 우리도 이러한 트렌드가 얼마나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할 수 있는지 느낄 때가 된다. 2018년은 TV만 보고 대리만족을 느끼는 해로 낭비하지 말자. 소확행을 직접 찾아 “JUST DO IT(망설이지 말고 바로 하라)”하는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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