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횡단보도 건널 때 미안해해야 하는 나라
<김대중칼럼>횡단보도 건널 때 미안해해야 하는 나라
  • 김대중
  • 승인 2018.07.16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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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한국에선 신호가 있든 없든 횡단보도를 건너려면 항상 위험을 느껴야 한다. 특히 자동차들이 질주하는 대로에선 장난이 아니다. 몇 번이고 좌우를 살펴보고 건너야 한다. 좌우를 살피고도 마음 편하게 건너지 못한다. 혹시나 어디서 갑자기 자동차가 튀어나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한 마음을 떨쳐내지 못하기 일쑤다. 교통법규에서 안전이 보장된 횡단보도를 건너는 것이 마치 큰 모험이라도 하는 듯 하니 횡단보도가 없는 도로를 건너는 일은 그야말로 목숨을 내놓는 일이다. 혹시나 차가 안보여 후다닥 건너다 자동차라도 만나면 난리다. 육두문자의 별의 별 욕이 다 튀어 나온다. 이런 일이 일상이 되다보니 법규에 보장된 횡단보도를 건너면서 당당하지 못하다. 자동차 눈치를 봐야한다. 자동차들이 지나다니는 횡단보도를 건너는 일이 마치 나쁜 일이라도 저지르는 것처럼 느끼고 처신해야 한다. 녹색신호인데도 뛰어 건넌다. 자동차들이 대기하고 있으면 이들에게 미안해서인지 무서워선지 달리듯 건넌다. 횡단보도 앞에서 늘 위축되고 주눅 드는 일이 생활이 됐다. 간혹 정말 아주 간혹 횡단보도 건널 때 정지하는 자동차들을 만나면 인사를 한다. 너무나 감사하고 감동해서 인사를 올린다. 아니 횡단보도 무사히 건너게 잘 봐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한다. 이런 인사 받아 본 운전자들이나 해 본 보행자들은 한번쯤 생각해 봤을 것이다.

젠장이다. 사람이 주인인지 자동차가 주인인지 혼란스럽다. 한국에선 자동차가 분명 주인이다. 어느 도시고 할 것 없이 공통된 현상이고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다. 우리의 일상이 된 교통문화다. 세계 10대 경제대국의 선진국이란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다. 자동차 중심의 문화다. 어느새 우리의 교통문화는 사람 중심이 아니고 자동차 중심의 문화로 정착된 것이다. 대한민국 국민 대부분의 가정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인식에 대한 우리의 현주소다. 자동차 나고 사람 난 사회다. 이러니 OECD회원국 중에서 교통사고 사망률 최상위권은 독차지 해오고 있다. 거기에다 보행중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압도적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더 참담한 일은 어린이교통사고 사망률 1위라는 사실이다. 수치스럽기 그지없다. 어린 아이들이 행복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요새 국토부와 도로교통공단에서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인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자동차 중심의 교토문화를 사람중심의 교통문화로 바꿔야 한다. 사람이 우선이고 중심이라는 문화를 하루빨리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만큼 좋은 차와 대형차가 많은 나라도 드물다. 운전석에 올라 앉으면 사람이 변한다. 거기서 치열한 경쟁과 지친 삶의 스트레스를 풀려는 듯하다. 그 자리에서 만큼은 해방되고 싶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하루 24시간 1년 365일 차만 타고 살수는 없는 일이다. 보행자 입장에서 걷지 않고 살 수도 없는 일이다. 운전할 때와 걸을 때의 입장을 바꿔보며 살아야 한다. 자동차가 아무리 좋고 귀해도 사람만 하겠는가. 사람이 먼저다. 사람중심의 교통문화를 정착해야한다. 횡단보도 건널 때 마저 나쁜 짓이라도 짓는 듯 느끼며 살아야 하는가. 스트레스 받을 일 널렸는데 횡단보도에서 만이라도 해방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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