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한 정치인의 죽음이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김대중칼럼>한 정치인의 죽음이 큰 울림을 주는 이유는
  • 김대중
  • 승인 2018.07.30 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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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우리나라 정치판에서 행복제조 공장 역할을 해주던 정치인 노회찬. 노회찬 국회의원이 27일 마석 모란공원에 영면했다. 그의 빈소에 수 만명이 조문을 하는 등 수많은 대한민국 국민이 슬퍼한 이유는 뭘까. 

우리 정치에 그런 사람이 너무나도 드물기 때문이다. 노회찬이란 이름의 정치 신인이 국민들에게 처음으로 가장 강하게 각인된 일은 2004년 17대 국회의원 선거때이다. 한 방송사 토론회에서 정의당 후보로 나선 노의원은 "50년 동안 한 판에서 계속 삼겹살을 구워 먹어 판이 새까맣게 됐으니 삼겹살 판을 갈아야 한다”고 일갈했다. 필자는 우연히도 그 방송때 어느 식당에서 삼겹살을 구워 소주한잔 하고 있었다. 촌철살인이었다. 대한민국 정치판이 맨 날 해먹는 놈들끼리 해먹으니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이다. 

가끔 좀 다른 무리의 진영으로 바뀌는 게 고작이니 말이다. 노의원의 촌철살인과 해학이 담긴 대중정치의 데뷔전이었던 셈이다.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 폭로로 대법원에서 징역형 확정판결을 받은 직후 “폐암 환자를 수술한다더니 폐는 그냥 두고 멀쩡한 위를 들어낸 의료사고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개탄했다.

2017년 9월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을 반대하는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향해 “동네파출소가 생긴다고 하니까 그 동네 폭력배들이 싫어하는 것과 똑같은 것”이라며 “모기들이 반대한다고 에프킬라 안 삽니까?”라고 비판했다.

그는 서민적인 표현과 탁월한 비유의 촌철살인으로 진보정치를 대중적으로 실천했다. 우리 정치에 희망을 보여준 드문 정치인이었다.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의 현장에서 함께 온몸으로 실천한 삶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이론으로만 무장한 삶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는 일이다. 
정치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한다. 인류의 집단 생활은 정치와 뗄 수가 없다. 우리 정치판을 보면 많은 국민들이 정치혐오 현상을 보인다. 아주 나쁜 현상이고 국가와 사회의 미래에도 비극이다. 혐오스러울수록 관심이 필요하다. 나쁜 정치인은 정치 혐오를 즐기고 악용한다. 그래서 정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일찍이 플라톤은 “정치에 무관심하면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고 했다. 

노의원은 그런 의미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 재치와 위트 넘치는 촌철살인의 표현으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깨달음을 주고 즐거움을 줬다. 짜증 덩어리 정치인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줬다. 비록 작은 힘이지만 누구도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족적을 남겼다. 잘못된 것을 비판하고 개혁하는데 몸으로 실천하며 희망을 줬다. 

도올 김용옥선생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노의원의 죽음에 대해 이렇게 봤다. “ 혁명의 계절이기 한데 나쁜 놈들이 많이 도태되지 않느냐. 그런데 항상 이 나쁜 놈들이 도태되는 시절에는 좋은 사람들이 더 피를 본다는 거다”며  “도덕적으로 살아온 사람들, 변화에 대해 책임을 지고 최선을 다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작은 흠집에 평소 도덕성 때문에 역으로 당한다. 

이런 비극이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다면 나는 우리나라 사법질서나 법해석에 있어서도 고려해야 할 문제라는 거다"라고 말했다 . 중앙정치든 지방정치든 마찬가지다. 노의원 같은 정치인들만 있으면 누가 정치 혐오하고 욕하겠는가. 그의 죽음이 울림이 큰 이유이다. 많이 그리 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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