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칼럼>최규하 폄훼는 전두환의 논리에 놀아나는 꼴
<김대중칼럼>최규하 폄훼는 전두환의 논리에 놀아나는 꼴
  • 김대중
  • 승인 2018.10.1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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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언론인>

이달 22일 최규하대통령의 12주기 추도식이 열린다. 그리고 내년이 그의 탄생 100주년이다. 그를 참담한 대통령으로 만든 전두환씨의 쿠데타 관련 비밀 자료가 최근 발견돼 모 일간지에서 요새 ‘5공전사’란 이름으로 연재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들은 최 대통령에 대해 관심도 없고 이미지도 별로다. 그의 고향 원주서도 마찬가지다. 무능, 우유부단 등 부정적 이미지와 반응이 전부다. 심지어 친일파라고까지 한다. 그의 능력에 대한 대표 사례 두 가지만 소개한다. 첫째 1968년 1월 푸에블로호 납북사건 때 미국이 북측의 요구에만 신경 쓰자 한국 정부는 반발해 독자적으로 보복을 추진했다. 한반도의 전면전을 우려한 미국은 한국을 달래기 위해 사이러스 밴스(카터 정부의 국무장관)를 특사로 파견했다. 당시 최 외무장관은 밴스와 밤을 새우며 담판을 벌여 1억달러의 군사 원조를 얻어내는데 성공했다.

둘째 1973년 대통령 특사로 오일쇼크 해결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석유 공급량을 제한하겠다고 하자 그는 사우디 국왕을 만나 “우리 한국 노동자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발전을 위해 밤을 새워가며 횃불을 밝혀 놓고 공사를 하고 있다”며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내세워 설득했다. 국왕으로부터 한국이 필요로 하는 석유를 종전대로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 그의 뚝심과 끈기, 그리고 뛰어난 판단력과 언변으로 이뤄낸 성과다.

그는 또 역대 대통령 누구와도 비교할 수 없는 청렴한 지도자다. 청렴의 상징이다. 공직에 몸담고 있는 동안 본인은 물론 자식을 비롯한 주변에서 비리와 부정으로 세간에 오르내린 적이 없다. 청렴한 삶의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1972년에 건축된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너무나 평범한 가옥은 그의 삶과 가치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연탄보일러는 장성탄광 방문 때 막장 노동자들에게 약속한 대로 죽을 때까지 손수 연탄을 피웠다.

1960년대 인도 출장 때는 한인회 교포들이 ‘시간 남는데 타지마할 관광을 하시라’고 권유하자 국민의 세금으로 출장 왔다며 거절한 일도 두고두고 화제다. 더욱이 그는 출장 때 여비가 남으면 반납하는 것을 당연시했다. 얼마전 스웨덴 국회의원들이 한국에 왔다가 한국 국회의 식사 대접으로 식비가 남자 그대로 반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실이 한국에서 큰 뉴스 거리가 되기도 했다. 친누나가 국무총리 담당의사에게 치료를 받도록 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런 규정은 없다”며 거절한 일도 유명하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이렇게 공직 생활하는 고위 지도자들이 얼마나 있을까. 대한민국의 청렴도는 세계 51위다. 청렴은 국가 행복지수와 비례한다. 사회지도층이 청렴해야 국민들이 행복하다. 청렴의 상징이며 유능한 최 대통령을 폄훼하는 것은 전두환씨를 비롯한 5공세력의 논리에 놀아나는 꼴이다. 왜냐하면 군사반란을 일으키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유혈 진압한 그가 자신의 정당성을 찾으려고 그를 무능으로 덮어 씌웠다. 친일파라고까지 하면서 그의 능력과 청렴성을 훼손해야 쿠데타의 정당성을 세울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청렴은 국격(國格)이다. 원주는 물론 대한민국은 최대통령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최대통령에 대해 제대로 알아야 한다. 제대로 알면 그에 대해 덮어 씌워졌던 편견과 무지가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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