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타령>반곡역 단상
<지역타령>반곡역 단상
  • 김대중
  • 승인 2015.06.07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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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777.jpg▲ 김대중<언론인>
 
철도는 문명 발달의 첨병이다.

인류역사에서 처음 등장한 기차는 산업혁명을 이끌며 세계 문명 발달에 선구자 역할을 했다.

문명은 인간의 탐욕을 먹고 산다.

결국 기차는 탐욕스런 문명의 첨병 역할을 했다.

그 역할이 한반도에서는 더 진화돼 착취와 억압의 길을 열었다.

일본제국주의의 식민지 개척에서 최선봉에 선 것이 바로 철로이며 기차였다.

한반도 내륙의 광산물은 물론 임산물과 농산물 등의 자원 수탈에 선봉역할을 한 것이다.

그 첫번째 철길은 경부선이 아니고 1942년 개통된 바로 중앙선이다.

치악산 자락을 둘러싸고 험하디 험한 고개를 넘어 열린 중앙선에는 어느 철길에도 비교할 수 없는 우리 민족의 한이 서려 있다.

철도 침목 하나 하나는 침목의 무게에 찌그러진 어깨에서 흘러 나온 땀으로 적셔졌다.

침목밑 자갈 하나 하나에는 거북등처럼 갈라진 손에서 흘러 나온 피와 눈물이 남겨졌다.

중앙선은 우리 민족의 아픔의 역사이고 고난과 오욕의 살아 있는 현장이다.

그 중앙선이 완공되던 해인 1942년에 치악산 자락에 생긴 반곡역.

중앙선이 험준한 치악산 자락을 뚫을 당시 공사현장의 역사를 어느 역보다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웅장한 치악산 속에 폭 빠져 있어 기차가 다니지 않을때는 적막속으로 잠기는 반곡역사.

그 역이 지금 일대 전환점을 맞았다.

바로 아래에 펼쳐져 있던 마을에 혁신도시가 조성되고 있다.

이름도 무시무시한 혁신이란 도시다.

누대에 걸쳐 살던 허름한 집들조차 몽땅 철거됐다.

혁신도시엔 공공기관의 고층빌딩과 아파트로 상전벽해가 됐다.

반곡역은 중앙선의 다른 작은 역들과 비교하면 치악산 중턱이란 위치에서부터 건축에 이르기까지 특별한 매력을 많이 갖고 있다.

주변과 잘 조화된 역사의 첫 인상은 어느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느낌이다.

지난 2005년 4월15일 건축적·철도사적 가치를 인정받아 등록문화재 제165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역사는 주변의 비포장 흙길과 잘 어울린다.

정문 양쪽에 선 아름드리 벚나무는 반곡역의 세월을 그대로 보여준다.

켜켜이 두껍게 덮인 나무껍질은 반곡역의 역사를 보여준다.

반곡역의 아름다움을 가장 결정적으로 부각시켜주는 고품격 인테리어다.

그 옆으로 돌아가며 소나무와 단풍나무 등으로 울창한 숲을 이루고 있는 공원은 한폭의 그림이다.

단풍이 시작되는 무렵에는 더 없이 아름답다.

험한 산속에 묻힌 작은 역이지만 그 맛은 세상의 어느 역도 감히 따라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기차역 이야기가 나오면 당연히 한번쯤 가보고 싶은 그 치명적인 유혹을 거부할 수 없다.

우리들에게 그냥 친구 같고 고향 같은 느낌만 줄 뿐이다.

그리고 잠깐 그 추억의 멈춤속에서 과거를 그리워하고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푸근한 마음과 뭉클한 가슴을 만들어 주고 스쳐 지나가는 간이역일뿐이다.

우리에게 힐링과 추억을 주는 치악산 자락의 반곡역.

현재 공사중인 원주~제천간 중앙선 복선화사업이 완공되면 이 아름다운 반곡역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그 답은 지금 반곡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두 가지만 봐도 짐작이 간다.

반곡역 갤러리와 폐기물 야적장이다.

그림 몇점 걸려있는 갤러리는 관리 주체가 누군지 아무도 관심이 없다.

2009년부터 운영되는 반곡역과 갤러리에 대해 알고 싶어도 물어 볼 곳이 없다.

그냥 문만 열려 있고 오가다 들르는 사람들이 가끔 들여다 볼 뿐이다.

갤러리로 시도만 좋았다.

역을 나오면 오른쪽으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대규모 폐기물 야적장은 참담하다.

이 예쁜 역의 느낌을 한방에 보내 버리는 장면이다.  

그림같은 반곡역은 스토리텔링이되는 귀한 관광자산이다.

모두 원주시가 관심가 지면 해결될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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