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옻칠기공예관 방치해선 안된다
옛 옻칠기공예관 방치해선 안된다
  • 김대중
  • 승인 2015.06.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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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777.jpg▲ 김대중<언론인>
 
영국 런던에 있는 셰익스피어의 글로브극장.

셰익스피어극단이 활동하고 그의 많은 작품이 초연돼 셰익스피어의 극장으로 불린다.

그러나 지금의 글로브 극장은 400여년전에 지어진 원형이 아니라 1997년에 복원된 건물이어서 엄밀히 말하면 건물 자체 나이는 20년에 불과하다.

셰익스피어의 명성이 가장 큰 이유겠지만 건물 복원을 옛공법으로 재현해 낸 역사와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과 사랑이 전세계 관광객의 필수 코스로 만드는데 한 몫을 했다.

전세계 모든 배우들이 서고 싶은 꿈의 무대이다.

기부금이나 티켓판매 등 자체 수익으로 운영되는 글로브 교육 프로그램에는 런던 학교의 70%가 참여한다.

이 무대에 연간 700여명의 학생들이 서기도 한다.

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고전(古典)의 혼(魂)과 현재의 인재에게 만남을 주선해 준다.

단순 관광코스가 아니라 산 교육장이다.

21세기 소프트 파워시대에 영국이 보여주는 문화예술에 대한 철학과 애정이다.

원주시 태장동 770-10번지.

태장1동사무소 뒤편 큰 길가에 반세기가 되도록 방치된 건물이 하나 있다.

1957년1월에 건립된 원주칠공예 주식회사다.

세계적 품질을 자랑하는 원주옻칠의 명성을 살리자는 취지로 지역의 유지들이 자금을 모아 세웠던 회사로 스토리가 넘친다.

역사상 대한민국 최초이며 유일한 옻칠회사 건물이다.

여기서 옻칠공예를 현대 예술의 경지로 올려 놓았다는 평가를 받는 이 분야 인간문화재 1호인 중요무형문화재 제10호 나전칠기장 고 일사 김봉룡선생이 활동했다.

고 심부길선생과 고 천상원 선생도 머물렀다.

대한민국 옻칠공예사를 이끈 거장들이다.

당시 이 회사에는 칠공예부, 페인트 제조부, 옻칠 정제부 등에서 30여명이 근무했다.

반곡관설동과 금대리 일대 치악산 자락으로 124ha의 옻나무재배단지를 조성해 생산했다.

옻칠생산에서부터 옻칠공예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여기서 총괄하면서 원주옻칠문화산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968년 화재로 문을 닫을 때까지 세계 최고 품질의 옻칠산지 원주에 옻칠공예문화를 접목시키며 원주를 대한민국 옻칠공예문화의 중심으로 올려 놓았다.

옻의 성지 원주에 상징적인 문화유산이다.

본관 건물은 상태가 양호해 근대문화 유산으로써의 보존가치도 있다고 한다.

본래 외관과 프레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리모델링할 경우 옻칠공예문화 및 역사의 혼(魂)과 현재가 만나는 소중한 인프라가 될 수 있다.

2012년 문화재청에선 담당국장까지 현장을 방문했으며 건물 리모델링비와 운영비 등의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고 했을 정도로 관심이 높다.

복원해서 일사 김봉룡 선생의 기념관을 비롯해 전수교육관, 원주옻문화 역사홍보관 및 박물관 등을 갖춘 옻칠문화창작과 교육공간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소장된 작품들은 미래 세대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는 원천이돼 작품을 둘러보며 디자인 공부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원주만이 갖고 있는 옻칠역사문화자산이다.

셰익스피어의 글로브극장에 버금가는 가치다.

대한민국 옻칠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문화유산이며 훌륭한 문화관광자산이다.

부지매입비가 감정가격으로 20억여원이면 된다고 하니 열악한 재정에 큰 부담을 주는 예산도 아니다.

부지 매입비가 그리 부담된다면 연차적으로 사들였어도 벌써 열 번은 매입했겠다.

내고장 역사와 문화에 대한 철학과 사랑의 부재다.

반드시 복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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