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의 원주이야기] 왕의 나무, 황장목으로 원주 대표의 브랜드 길 만들다
[김대중의 원주이야기] 왕의 나무, 황장목으로 원주 대표의 브랜드 길 만들다
  • 김대중
  • 승인 2019.04.08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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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대중 (언론인)

1659년 11월18일. 사간(司諫) 심세정(沈世鼎) 등은 그해 6월28일에 즉위한 조선 18대 왕 현종에게 다음과 같은 상소를 올렸다. “원주 목사(牧使) 김경항(金慶恒)은 상평창의 곡식 수백 석을 몰래 취하여 집으로 수송하는가 하면 황장목(黃腸木) 80그루를 몰래 베어 관판(棺板)을 만드는 등 너무나도 탐학한 짓을 제멋대로 자행했으니, 잡아다 국문(鞠問)하소서” 하니, 따랐다. <조선왕조실록>의 기록이다.
목사라는 고위 관리가 곡식을 빼돌렸으니 당연히 처벌을 받아야 한다. 그런데 심세정 사간이 장계에서 ‘국문’이라는 표현까지 썼다. 중죄인을 다룰 때 쓰는 국문을 왕에게 요청한 이유는 무엇일까. 국문은 왕의 명령이 있어야만 하고 그 범죄로 반역죄나 강상죄(綱常罪)와 같은 중죄에 한하였으며, 죄인도 왕명에 의하여 수금(囚禁)되었다. 국문은 ‘고신(拷訊)’·‘고문(拷問)’·‘형문(刑問)’ 등과 같은 뜻으로 사용되며 형구를 쓰지 않고 심문하는 평문(平問)과 구별되는 심리방법이다. 원주목사 김경항이 중죄인으로 취급된 결정적 이유는 바로 황장목 도벌 때문이다. 원주목사 김경항은 당연히 가까운 치악산 일대의 황장목을 몰래 베어 관(棺)의 널빤지로 사용한 것이다.

1940년에 간행된 <강원도지>에도 구룡사 이야기와 함께 황장목이 나온다. “구룡사는 소초면 치악산에 있다. 앞에는 용연이 있다. 매번 홍수나 가뭄을 당하면 기도를 드리는데 그때마다 감응이 있었다. 바로 황장목의 생산지로 봉해진 곳이다” 치악산 일대의 황장목에 대한 문헌자료에 나온 기록들이다. 이외에 <여지도> <해동지도>에도 구룡사 일대는 금산이란 표기가 나온다. 치악산의 황장목은 소나무 품질이 뛰어난데다 강원감영에서 가까워 관리가 잘되고 한강 상류로 운반이 쉬워 조선 왕실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다.
왕의 관을 만드는데 쓰는 최고 품질의 소나무로 일반인들의 벌채가 엄격히 금지된 황장목. 한자 그대로 풀이하면 속이 누렇고 질이 단단한 오래된 최고의 소나무를 뜻한다. 나라에서 전국에 60개소의 황장목 군락지를 봉산(封山)으로 지정했다. 지정만 한게 아니라 임금의 특명으로 경차관이란 관리를 파견해 관리했다. 황장목은 조선왕조실록에도 자주 등장한다. 조선시대부터 소나무 가운데 최고의 소나무는 황장목이었다. 황장목은 최고의 소나무를 뜻했다. 우리 조상들이 사용했던 명칭이다. 요새 사용하는 금강송이란 단어는 조선왕조실록에 전무하다. 금강송이란 소나무 명칭의 유래는 일본인 학자가 만들었다.학계에 따르면 조선시대에도 금강송이라는 명칭은 없었으며, 1928년 일본인 산림학자 우에키 오미키(植木秀幹)가 강원도 산악지형과 동해안 일대의 소나무를 ‘금강형’이라고 명명한 유래됐다고 한다. 어이없는 일이다. 국적없는 이름을 요새 우리 고유의 소나무 이름으로 버젓이 쓰고 있다. 이 또한 친일잔재다. 멋진 우리 이름이 있는데 일본인이 만든 이름을 쓰는 건 얼빠진 짓이다. 소위 생각 없는 것이다. 삼일운동 100주년을 맞는 해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현재 전국에는 10개의 황장금표가 남아 있다. 그중 치악산 구룡사 쪽으로 3개나 있다. 구룡사 매표소로 올라 가기전 오른쪽 캠핑장쪽에 있는 황장외금표까지와 매표소앞, 그리고 비로봉 아래쪽까지 3개다. 전국 60곳 중에 유일하게 치악산에만 3개를 설치했다. 아주 놀라운 일이고 특별하다. 치악산 구룡사 일대 황장목숲의 가치를 입증한다. 황장목의 벌채를 금하는 표지석은 조선시대의 귀한 유물이다. 구룡사 일대 치악산에는 그 표지석이 무려 3개나 있다. 당연히 관광상품화 할 수 있는 소중한 자산이다. 황장목으로 뒤덮힌 이 일대의 길을 그렇게 스토리텔링한 황장목 숲길은 원주를 상징하는 길이 될 수 있다. 원주도 대한민국에 내놓을 브랜드 길로 손색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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