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어떤 행복 - 조국 사태에 대한 단상
[이재구 칼럼]어떤 행복 - 조국 사태에 대한 단상
  • 이재구
  • 승인 2019.10.06 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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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구 변호사
△ 이재구 변호사

평소 공부도 잘 안하는 의사의 아들이 엄마와 택시를 탔다. 택시기사는 자기는 비록 택시 운전을 하지만 아들이 유명한 대학병원의 의사라고 하였다. 그런 장면을 본 엄마는 택시에서 내려 아들에게 “너는 느낀 것이 없냐”고 했다. 그러자 아들이 자기도 커서 택시운전을 자랑스럽게 하겠다고 했다. “저는 비록 택시를 운전하지만, 아버지는 훌륭한 의사랍니다.” 
 

요즘 조국 법무부장관의 자녀 입시 문제에 대한 기사 및 SNS가 넘치고 있다.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만 하다. 조국 장관의 자녀가 성공에 관심이 없는 아들, 딸이었다면 부모가 아무리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해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가 훌륭하기 때문에 나중에 어떤 일을 하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일까. “저는 비록 작은 회사의 영업사원으로 일하고 있지만, 아버지는 서울법대 교수이고 어머니도 대학교수랍니다.” 자녀가 좋은 대학 가는 것보다 더 소중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많다. 
 

음식점에 들어온 여자아이와 어른의 행색이 너절하고 퀴퀴한 냄새가 나자 음식점 주인은 “미안하지만, 지금은 음식을 팔 수가 없구나. 예약이 다 차서 말야”라고 말했다. “아저씨 빨리 먹고 갈게요. 오늘이 우리 아빠 생일이에요.” 여자아이는 비에 젖어 눅눅해진 천 원짜리 몇 장과 한 주먹의 동전을 꺼내 보이며 “빨리 먹고 갈게요”라고 말했다. 잠시 후 순대국 두 그릇이 배달되자 아이는 “아빠, 내가 소금 넣어 줄게”라고 말하고는 소금통 대신 자신의 국밥 그릇에 있던 국밥 속에 들어 있던 순대며 고기들을 떠서 앞을 못 보는 아빠의 그릇에 가득 담아 주었다. 앞을 못 보는 아버지에게 좋은 대학에 가고 출세하느라 바쁜 딸보다 자신의 곁에서 마음으로 아버지를 사랑해 주고 국밥을 같이 먹어주는 딸이 더 소중할 것이다. 
 

부자 나라 사람인 리밍 린다라는 여성은 부탄의 매력에 빠져 부탄에 정착해 초등학교 영어교사를 하였고 부탄의 화가와 결혼하였다. 부탄 사람들의 행복지수는 세계에서 제일 높다. 국민소득 164위인 나라지만 국민의 대다수 97%가 행복하다고 느끼고 있다. 문명국가에서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많은 것들이 부탄엔 없고, 은행에서 현금을 찾는 데 2시간이나 걸리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왜 행복을 그토록 많이 느낄 수 있을까. 리밍의 “어떤 행복-부탄에서 날아온 마법같은 편지”라는 책을 보면 사소한 일에 화를 내지 않고 웃어넘기는 법, 은혜도 모르고 감사할 줄도 모르는 사람에게까지도 관대함을 베풀 줄 아는 부탄 사람들 이야기가 나온다. 문명사회의 모든 것(향수, 하이힐, 드레스 등)이 부탄에서는 필요가 없는 것들이다. 쓸데없는 것들이 많다보니 물건에 집착할 필요도 없게 된다. 먹을거리를 직접 심어 기르고 수확한 다음 가족, 친구들이 같이 모여 요리하는 것이 일과라고 한다. 히말라야에서 재배한 적미(赤米)로 밥을 지어 먹어보면 마트에서 파는 쌀은 맛이 없다고 가축의 사료로 쓴다고 한다. 
 

덜 화려하고, 덜 자극적인 음식을 먹다보니 제철 음식이 아닌 패스트 푸드점도 있을 리가 없다. 군인보다 승려가 많고 성공을 거부하고 현재를 중시하며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믿지 않고 받아들이는 태도, 하루에 죽음을 5번 생각하라는 말처럼 현재에 집중하고 중요하지 않은 것은 잊어버리는 태도, 그냥 지나치는 현재의 순간을 받아들이는 마음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떤가. 국민총생산이 1조 7,000억 달러로 세계 10위이고, 인터넷 최강국인 우리나라에는 없는 것이 없다. 그러다 보니 모든 사람들이 가진 것이 많아 이를 지키기 위하여, 더 나은 자녀 교육을 위해 집착하고,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모든 사람들을 내가 원하는 대로 움직이려다 보니 서로 비방하고 고소, 고발을 계속하고 있다. 이러한 우리가 과연 행복지수가 높은 부탄 사람들보다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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