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산 오솔길 살리기 캠페인
배부른산 오솔길 살리기 캠페인
  • 김대중
  • 승인 2015.10.04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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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777.jpg▲ 김대중<언론인>
 
걷기는 인류문명발전의 시작이다. 진화론에서 인류의 직립보행이야 말로 획기적인 대사건이었다. 거기서부터 인류의 단계로 진입했다. 인류에게 걷기가 동서고금 사회의 핵심 생활이된 것은 우연이 아닌 것이다. 그 중요성은 육체는 물론 정신에도 너무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기때문이다. 걷기가 다시 주목받은 것은 아마 최근 스토리텔링된 길의 영향이 클 것이다. 국내에선 올레길이 어쩌면 선도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지자체의 따라쟁이들때문에 나타난 것이 코메디같은 둘레길 열풍이다. 지자체마다 동네산을 다 둘러 파서 둘레길 이름을 붙여 놓았다. 정말 무지를 넘어 무모함이다.

여기 전혀 다른 길이 있다. 사사로움이 끼어들지 않고 저절로 만들어진 길이다. 말 그대로 자연스레 생겨 난 길이다. 동네 사람들이 마을과 마을 사이를 다니면서 생겼다. 마실 다니면서 생겨난 길이다. 소일삼아 시적시적 걷다가 생겼다. 운동삼아 다니면서 난 길이다. 바로 원주시청 뒤편의 배부른산 오솔길이다. 배부른산은 이름 자체도 대한민국에서 유일하다. 봉화산같은 이름은 전국에 대 여섯개나 있다. 배부른산은 이름도 예쁘다. 임산부의 배 부른 모습이란 의미와 배부른산 정상에서 멀리 남한강에 다니는 배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산의 생김을 보면 전자가 설득력이 있다. 어쨌든 원주시청 뒤편에서 해발419m 산 능선을 따라 난 왕복 2시간 거리의 길은 참 이쁘다. 매력이 넘친다. 그 길엔 사시사철 자태를 뽐내는 잘난 소나무들이 지천이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소나무들이 흙길을 따라 늘어서서 늘 반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작은 새들도 먹고 노느라 야단이다. 봄이면 제비꽃 양지꽃 진달래 철쭉 같은 꽃들이 만발하고 늦가을엔 구절초가 홀로 분위기를 더한다. 다람쥐 청설모 고라니 같은 동물들도 놀이터로 찾는다. 가히 도심속 생태의 보고다. 그러니 예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니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

이 매력 덩어리 오솔길이 갈수록 사람들의 발길이 늘어나면서 망가지기 시작했다. 당연하다. 수많은 시민들이 걷는데다 스틱으로 푹푹 찍고 다니기 때문이다. 심지어 어떤 무개념자들은 사발이나 산악자전거를 타고 신나게 즐긴다. 사람들이 걸어 다니면서 만들어진 자연스런 흙길이니 얼마나 연약한가. 그 길에서 산악자전거를 타고 달려대면 아기의 살결같은 흙길이 어찌 버텨낼 수 있나. 그렇게 망가진 길을 보면 흙이 다 무너지고 흘러내려서 초토화돼 버린다. 이렇게 훼손된 흙길은 비가 한번 내리면 맥없이 유실되고 망가진다. 시민들이 복원에 나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배부른산 오솔길의 보존에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6년전 2010년부터 오솔길의 복원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배부른산 오솔길 살리기 캠페인이다. 매년 분기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흙자루를 가져가 패이고 유실된 곳을 복원한다. 쓰레기도 줍는다. 가족끼리 동료끼리 삼삼오오로 흙자루를 들고 걸으면서 오솔길살리기 운동을 펼친다. 여기에 또 하나 재미난 것이 뒤풀이다. 행사후 막걸리와 두부 파전으로 마무리를 한다. 참가자들이 환호한다. 자연에 봉사하고 걸으니 얼마나 행복한가. 사람도 자연의 하나. 서로가 대상이 아니라 함께 공존하는 존재다. 우리만이 아니라 우리 자식들도 누릴 수 있게 보존해 물려줘야 한다. 사람은 자연에 봉사, 자연은 사람에 봉사하는 상생힐링의 새로운 걷기문화를 펼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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