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변화는 언제나 고통을 수반한다
[살며 사랑하며]변화는 언제나 고통을 수반한다
  • 임길자
  • 승인 2020.07.12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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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예년 같으면 지금쯤 전국 곳곳에서 여름축제가 한창이어야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부분의 지역축제들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로 여덟 번째 맞는 우리지역 ‘문막농협 옥수수 및 원주쌀 토토미 축제’는 6일부터 개막되었다. 비록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행사이기는 하지만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일단 문은 열었다. 그동안 문막 옥수수 및 원주쌀 토토미 축제는 농산물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농가들에게 판로를 확보하여 농가 소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였다. 그래서 문막농협 한창진 조합장은 행사 자체를 포기할 수는 없었던 것 같다. 11일과 12일에는 문막체육공원 고수부지에서 드라이브스루를 이용한 농산물 특판 행사가 열려 의미있었다는 평가다. 지역축제에서 농산물 판매를 위해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가 등장하리라는 상상을 누가 했을까?

축제의 사전적 의미는 “정해진 날이나 기간을 축하하여 흥겹게 벌이는 의식이나 행사”라고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축제가 지역 기반 문화 산업으로 인식되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높이는 한편, 다양한 놀이문화 등 그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알리며 지역주민들의 단합된 화합의 장으로 거듭나고 있었다. 이렇게 지역축제는 지자체가 중심이 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마을 주민자치 활동으로 시작되어 세계적인 행사로 유명해진 축제들도 여럿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경험했던 다양한 축제들은 일단 사람들이 모이고, 함께 몸과 마음을 나누고, 얼굴을 마주하고, 손을 잡고, 서로를 느끼고 누리는 행위였다. 무관중 속에서 치러지는 운동경기, 사회적 지키기를 실천해야 하는 국제 영화제 등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웃고 즐기던 보는 형태의 문화 활동은 점점 더뎌지고 있다.

1학기 내내 학교의 현장 교육이 어려워짐으로 인해 많은 아이들의 일상이 무너졌다. TV와 인터넷에는 온통 코로나19 관련 기사들이 가득하고, 핸드폰에는 긴급재난문자가 수시로 쏟아지고, 마스크가 없으면 대중교통이용 조차 곤란해진 작금의 현실 속에서 아이들은 더 힘들 것이다. 처음엔 개학이 연기되면서 늦잠을 잘 수 있고 종일 놀 수 있다는 생각에 좋기도 했을 텐데 주변의 복지시설마저 임시 휴업을 하다 보니 집 말고는 머물 곳이 없어진 그들에게 매일의 일상은 그야말로 고통의 나날이었을 것이다. 더욱이 맞벌이를 하는 가정에 직접 돌봄이 필요한 아이가 있는 경우에는 온 가족들의 일상생활이 균열투성이가 되었을 것이다.

사회복지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들은 대상이 사람이다. 그래서 복지의 바탕에는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명제가 등장한다. 사회복지는 이런저런 상태의 변화로 클라이언트의 몸과 마음을 눈으로 살피고 언어로 전달하며 직접적인 손길이 연결되어야 완성되는 서비스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의 출현은 서비스 전달체계를 구조적으로 변화하게 했다. 대상자의 환경에 따라 내용은 다르지만 대부분 대면 접촉을 통해 욕구를 해결해야 하는데 준비없이 몰아닥친 재앙과 맞닥뜨리다 보니 사회복지사들 또한 고민이 깊어졌다. 더욱이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행정기관으로부터 쏟아지고 있는 숱한 지침들은 각각 현장 환경의 의견이 없는, 그야말로 공급자 중심의 권고 또는 지시 같아서 공염불로 들릴 때가 있다. 사회복지 현장에 있는 사람들에게 가해지는 지나친 심리적 소비는 또 다른 사회문제가 야기 될 수 있으므로 안팎으로 조절이 필요한 시점이다.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에 코로나19 창궐(猖獗)의 시작은 1월 24일 첫 확진자가 나타나면서라고 할 수 있다. 지난 6개월간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우리들의 모든 일상이 변화했다.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이미 일상화되었고, 모임이나 행사 등 대면 접촉을 줄이거나 방법을 구조적으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개인위생관리의 중요성이 강화되면서 각자가 자기 관리에 철저하다 보니 실제 병원 이용 횟수가 줄었다는 통계가 있으니 건강해졌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어느 중년 부부는 집에서 함께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전에는 알지 못했던 함께 할 수 있는 취미를 찾았노라고 했다. 지금 당장은 코로나19로 인하여 불편한 흔적들이 덕지덕지 남아있지만, 인생의 성공과 실패, 행복과 시련, 기쁨과 슬픔은 자신의 마음이 빚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마음은 어떤 상황에서든 순간에 맞도록 생활을 변화시킬 힘과 여유가 있음을 믿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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