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친일문학인의 왜 아킬레스건인가?
[세상의 자막들]친일문학인의 왜 아킬레스건인가?
  • 임영석
  • 승인 2020.08.09 2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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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2002년 민족문제연구소에서는 대표적인 친일 문학인 42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김동환 김상용 김안서 김종한 김해강 노천명 모윤숙 서정주 이찬 임학수 주요한 최남선(이상 시), 김동인 김소운 박영호 박태원 송영 유진오 유치진 이광수 이무영 이서구 이석훈 장혁주 정비석 정인택 조용만 채만식 최정희 함대훈 함세덕(이상 소설,수필,희곡), 곽종원 김기진 김문집 김용제 박영희 백철 이헌구 정인섭 조연현 최재서 홍효민(이상 평론).

춘원 이광수는 ‘일본이 이렇게 빨리 망할 줄 몰랐다’라는 말로 친일에 가담한 이유를 들었다. 민족문제연구소에서 발표한 친일의 근거로 이광수는 1939년 2월 ‘동양지광’에 발표한 시 ‘가끔씩 부른 노래’를 시작으로 ‘내선일체와 조선문학’(1940.4, 조선) ‘지원병 훈련소의 하루’(1940.11, 국민총력) ‘대동아 일주년을 맞는 나의 결의’(1942.12, 국민문학) ‘폐하의 성업에’(1943.2, 춘추) ‘모든 것을 바치리’(1945.1.18, 매일신보) 등 103편의 시, 소설, 논설 등을 태평양전쟁 막바지까지 매체에 기고했다. 편수를 기준으로 보면 이광수에 이어 주요한(43) 최재서(26) 김용제(25) 김동환(23) 김종한(22) 이석훈(19) 박영희(18) 김기진(17) 노천명(14) 백철(14) 최정희(14) 정인택(13) 채만식(13) 모윤숙(12) 유치진(12) 서정주(11) 정인섭(11) 함대훈(11) 박영호(10) 등이 적극적으로 참여를 했다. (가로 안 숫자는 친일 행위 글 발표 횟수)

그러나 모 대학 교수는 ‘친일이라는 아킬레스건을 어찌할 것인가’라는 칼럼에서 친일이라는 족쇄 때문에 그들 문학이 추방당했다. 그러니 공과(功過)를 함께 교육현장에서 논하고 가르쳐야 하지 않느냐? 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 논리라면 애국을 헌신짝처럼 버리고 일본의 군국주의를 따르고 글을 쓴 친일문학인의 문학성을 포용하자는 뜻이 있다고 보고 싶다. 친일문학인의 문학작품이 교육현장에서 배재되었다고 해서 일반국민이 읽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아킬레스건은 걸음을 걷게 하는 발의 힘줄을 말한다. 친일문학인이 과거 그들 스스로 이 땅에서 문학의 힘줄이라고 생각했는지는 모르나 지금은 쓸모 있는 힘줄이 아니라 혈액순환이 안 되어 피부 밖으로 표출한 하지정맥류 같은 모습으로 나타나 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 친일문학인의 문학성을 공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는 것은 친일청산을 하지 않고 군부독재와 결탁해 이 땅의 주류 문학을 이끌어왔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8·15 광복 행사에만 애국을 외치고 ‘대한민국 만세!’를 외칠 것인가? 나는 다시 질문을 던지고 싶다. 수많은 애국지사, 그리고 수많은 국민들이 친일문학인이 호위호강을 하고 있을 때, 형무소에서 그리고 먼 중국 땅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싸웠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 땅은 민주주의 나라다. 친일문학인이 되었던, 애국자가 되었던 자유스런 표현의 글을 발표하는 곳이다. 단, 교육의 공공장소에서는 친일문학인보다는 이 땅의 독립과 민주화와 산업화 그리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삶의 기준을 더 높은 가치로 인정하고 글을 쓰는 문학인의 작품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친일문학인은 아킬레스건이 아니라, 이 땅에서 반듯이 도려내야 할 곪아 있는 상처라 생각한다.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르러 / 한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 걸어가야겠다. // 오늘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
-윤동주 ‘서시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전문-

나는 소쩍새가 그렇게 울어 국화꽃을 피워낸 것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 삶을 살다간 윤동주를 더 동경하고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윤동주, 한용운, 이육사, 이상화 같은 시인이야 말로 이 땅의 힘줄 같은 시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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