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둘레길=건강도시, 천상의 궁합
[비로봉에서] 둘레길=건강도시, 천상의 궁합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0.10.26 0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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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원주시민들은 참 복도 많지...” 요즘 이 말이 입속에서 자주 맴돈다. 집에서 가까운 아기산부터 산자수명 치악산에 이르기까지 둘레길이 이어져 있으니 하는 말이다. 나의 경우를 보자. 집에서 코 닿을 곳에 혁신도시 둘레길이 있고, 회사에서 넉넉잡아 10분 거리에 매지저수지 둘레길이 있다. 이곳에서 매일 10,000보 이상을 걷고 있다. 가을은 색채의 계절이듯, 총천연색 산수화, 풍경화의 진수를 감상할 수 있다. 벽을 타고 뱀처럼 이어진 담쟁이덩굴은 마치 오묘한 추상화를 연출하는 듯하다. 땅내음, 풀내음, 물내음이 한데 어우러져 뇌를 자극하고 폐부 깊숙이 파고들어 마음까지 확 정화시켜 준다. 이렇게 지척에서 건강도 챙기고, 자연미를 만끽할 수 있는 곳이 즐비한 도시가 또 어디 있을까.

내달 총연장 총 연장 126.3km의 치악산 둘레길 11개 코스가 모두 개통된다고 한다. 이번에 8개 코스 93.2km와 앞서 지난해 4월 개통한 3개 코스 33.1km다. 착공된 지 5년 만에 드디어 결실을 보게 됐다. 이미 개통에 들어간 시청~신림면 황둔리까지 총연장 약 400km의 굽이길까지 모두 530km의 둘레길이 모세혈관처럼 원주시 지형지세를 연결하고 있다. 최근 만난 한 지도층 인사에게 이런 말을 했다. “둘레길, 굽이길을 잘 가꾸고, 관리한다면 최고의 걸작이 될 것이다”라고. 이런 맞장구가 돌아왔다. “충렬사 인근 둘레길의  소나무 숲이 장관이라던 데...”

이런 평가의 기저에는 최근의 트렌드와 직결된다. 일상이 된 코로나19, 이에 따른 비대면 생활에 모두들 방콕족이 되어가는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를 치료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주시가 둘레길 공사에 나서는 시점에서 코로나19가 대유행하면서 야심찬 프로젝트는 더욱 주목받고 있다. 우연이 필연으로 점철된 인과관계의 사슬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둘레길은 특정 계절에 따라 관광객 쏠림현상이 뚜렷한 관광지가 아니라 사시사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관광지로 우뚝 설 것이다.

집 근처 둘레길은 마치 스낵화된 연성콘텐츠로, 치악산은 울창한 숲이라는 잇점을 살린 킬러콘텐츠로 자리매김 할 것으로 믿어의심치 않는다. “치악산 하면 경사도가 심해 그동안 헉헉 대면서 등산했지만, 이젠 노약자나 어린이도 쉽게 오를 수 있도록 경사도를 지그재그로 완만하게 했다”는 게 원주시 관계자의 설명. 더 나아가 대부분 코스를 숲이 감싸고 있어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가 배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스웨이 교수는 ‘인생의 지름길은 없다’라는 책에서 이렇게 설파했다. “주말에 자연속으로 가라”라고. ‘대자연의 힘을 느껴보라’는 것이다. 유산소 운동을 통해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나 자신과의 대화, 동행자와의 대화, 그리고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삶의 불안과 고뇌를 단방에 날려 버릴 수 있다. 뇌와 몸의 자연 치유력을 높여 근력 못지않게 내면의 힘을 더욱 단단히 해줄 것이다.

그러나 찬탄이 쏟아지면 흠결도 살짝 있는 법. 도심 가까운 곳에 가면 가드레일, 계단이 심하게 훼손된 채 방치되어 있거나 일부 데크 주변은 거미줄이 낡은 어망처럼 처져 있고 갖은 벌레가 기생하고 있어 소름이 돋았다. 타일붙이기식으로 그때그때 땜질처방에 그치기보다는 ‘둘레길 대표도시’ 답게 이제 항시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 당국의 손에 의지할 수 만은 없다. “내 마을 둘레길은 우리가 가꾼다”라는 마음으로 동네 주민들 스스로 ‘둘레길 가꾸미’를 발족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계절 특성에 맞는 수목을 집중화해서 차별화된 ‘춘하추동로’를 꾸민다면 핫 플레이스로 떠오를 수 있다. 입소문이 최고의 마케팅이다. 젊은이들에게 가장 핫한 신사동 가로수길, 가을 단풍을 으뜸 중의 으뜸으로 꼽는 백양사는 그래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원주시는 그동안 수도권과 가까운 접근성 때문에 당일치기 관광지에 그쳤다. 하지만 둘레길을 먹거리, 볼거리, 즐길거리를 넘어 살거리, 잘거리의 체류형 오감만족 프로그램으로 덧씌운다면 1박 2일 관광코스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둘레길이 건강도시 원주를 더욱 건강도시 답게 업그레이드 시켜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번주 계획된 치악산 둘레길 탐방에서는 어떤 묘미를 맛볼 수 있을까? 첫 선을 앞둔 신랑, 신부의 심정처럼 벌써부터 가슴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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