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살며 사랑하며]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 임길자
  • 승인 2020.11.22 19: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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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이 계절이 준 아름다운 선물 덩어리들이 인도 블록 위를 뒹굴고 있다. 부득이 밟아야 사는 상황임에도 까치발을 띠고 사이사이를 걸으며 잠시의 쉼에 자신의 내면을 쓰다듬어 본다.

‘상유심생(相由心生)’이란 고사가 생각난다. 외모는 마음에서 생겨난다는 뜻이다. 아주 오래전 중국 산동(山東)에 외모가 아주 잘생긴 한 수공 예술가가 있었다. 그는 요괴나 귀신과 같은 것들을 조각하길 좋아했다고 한다. 그의 작품은 모양이 아주 생동감이 있어 많은 사람들이 앞을 다퉈 구매했고, 적지 않은 돈을 벌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 흉하고 괴상하게 변한 것을 발견한다. 그는 자신의 모습을 고치고 싶어 많은 의사들을 찾아다녔지만 아무 효과가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사찰에 들르자 그곳 장로(長老 : 불교에서 지혜와 덕망이 높고 나이가 많은 비구(比丘)를 통칭하는 말)의 충고를 들었다. 장로는 “내가 당신의 소원을 들어줄 수는 있지만 대신 조건이 있소. 반드시 각기 다른 모습의 관음상을 여러 개 조각해서 내게 주어야 하오.” 그는 자신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주저 없이 그 장로의 조건을 받아들였다.

그는 끊임없이 관음보살의 모습과 표정을 연구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자신의 작품 속에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작업에 몰두하면서 관음보살의 덕행(德行)과 표정을 조각하는 가운데 그는 때로는 자아를 잊을 정도가 되었고 심지어 자신이 관음보살이라고 느낀 적도 여러 번 있었다. 이렇게 반년이 지난 후 그는 각기 다른 모습의 관음상을 만들어냈는데 선량하고 자비로우며 너그러운 형상이었다. 진짜 보살과 같은 조각이 나타나자 세인(世人)들의 칭찬이 끊이지 않았다. 이때야 그는 비로소 자신의 얼굴 모습이 단정하고 장중(莊重)하게 변한 것을 확인한다. 그토록 고치고 싶었던 얼굴이 저절로 좋아진 것이다.
 
이 고사는 사람 내심의 변화와 외모 사이에 필연적인 연계가 있다는 것을 일깨주었다. 자신의 얼굴 모습이 좋아지고자 한다면 우선 사람을 진실하게 대함은 물론 마음가짐이 선량해야 한다. 정반대로 사람이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며 각박하고 음탕하거나 살생을 좋아한다면 그의 외모도 추악하고 교활하며 괴상하게 변할 것이다. 결론적으로 사람의 외모는 모두 그 사람의 장기적인 습관의 결과이다.

계속되는 코로나19 확진자 소식에 휴대폰 문자가 즐겁지 않은 요즘이다. 며칠 전 코로나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인이 기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불편하고 답답하다. 많은 사람들은 매일 매일의 삶이 막연하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모든 시민들이 같은 마음으로 같은 곳을 바라보며, 같은 목적으로 행동할 때 이 환경은 변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나이가 많다고 다 어른은 아니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고 다 훌륭한 사람은 아니다. 우리는 그 사람의 언행(言行)을 통해 과거를 살피고, 몸짓을 통해 현재를 알아차리며, 그림자처럼 이어지는 품격에서 미래를 기대한다.

그러므로 사람은 각자의 얼굴에 세월의 흔적을 새기며 산다. 각자가 지니고 살아온 세월, 생각과 가치관, 심리상태의 모든 변화 하나하나가 얼굴에 흔적을 남긴다. 여기에는 어느 정도 과학적 근거가 있다. 심리 변화는 신경전달 물질의 농도 차이를 발생시키고 근육을 만들어 표정에 변화를 만든다. 오랫동안 일정한 정서를 유지한 사람은 표정에 크게 변화가 없지만 항상 초조하고 우울한 사람에게는 '불안한 얼굴'이 생긴다. 그래서 기분이 태도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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