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예결위원장 방망이는 손오공의 여의봉이 아니다
[비로봉에서] 예결위원장 방망이는 손오공의 여의봉이 아니다
  • 심규정
  • 승인 2020.11.29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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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원주시의회가 완장 싸움에 바람 잘 날 없다. 내년도 예산안을 심사할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서로 “위원장은 우리몫이다”라며 양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6명, 국민의힘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지난 19일 회의를 갖고 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었지만, 무산됐다. 다선(3선)에 최고령(64세)인 국민의힘 전병선 임시위원장이 개회와 함께 정회를 선언한 이후 밤 12시까지 나타나지 않아 자동 산회됐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이 두드리는 방망이가 무슨 손오공 여의봉도 아닌데, 이렇게 일수불퇴(一手不退)를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 현재 원주시의회 의석수는 더불어민주당 15명, 국민의힘 7명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배 이상 많다. 예결위원 의석수(6대 3)도 이런 의석배분이 반영됐다.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외하고 이번처럼 내년도 본예산을 다루는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 전례를 보면 정답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시의회는 임기(4년)동안 4명의 위원장을 선출한다. 여야가 11대 11 동수였던 6대는 민주당(한상국, 곽희운)과 국민의힘 전신인 새누리당(권영익, 이재용)이 사이좋게 각각 2명씩, 13대 9로 새누리당이 다수당이었던 7대는 4명(권영익, 박호빈, 전병선, 권영익)모두 새누리당이 차지했다. 15대 7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당인 8대는 민주당 유인출, 곽희운이 했고, 이번에 여야가 서로 감투싸움에 나선 것이다.

전 임시위원장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차례대로 나눠서 해야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무조건 밀어붙이려 한다”라고 은근슬쩍 약자프레임 전략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순서대로 원칙대로 가자”라고 했다. 무엇이 순서이고 원칙인지 도통 모르겠다. 이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내적남불’, 내가 하면 적합, 남이 하면 불합리란 자기중심적인 접근법이다. 1조 5,200억 원 규모의 내년 예산안은 사상 최대 규모다.  코로나19재확산으로 긴축재정이 긴요한 시점에서 예산심사의 중요성은 그 어느때보다 커지고 있다. 불요불급한 예산은 없는지, 그래서 빠듯한 재정을 더 약골로 만드는 사업은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원주시의회는 내달 2일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열고 다시 위원장을 선출할 계획이지만, 국민의힘이 요지부동이어서 전망은 암울하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공석상태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점점 현실화되는 모양새다. 이렇게 되면 내달 7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되는 예산안 심사는 개점휴업이 불가피하다. 결국 내달 18일 본회의에서 원주시가 제출한 예산안이 사실상 원안대로 처리될 가능성이 높다. 예결위 심사 없이 예산안이 본회의에서 처리되는 것은 아마 대한민국 지방의회 역사상 전무후무한 사례일 것이다. 이 기록을 원주시의회가 세울지 시민들의 눈과 귀가 쏠려있다.

본란은 시 집행부 수장과 시의회를 민주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야당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늘 강조해 왔다. 소수당에 온정주의적 시각도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건 아니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선출을 위한 회의가 파행으로 얼룩진 책임은 국민의힘에 있다. 민주적인 토론절차를 거처 위원장을 선출했어야 했는데, 전병선 임시위원장은 정회만 해놓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다선 의원의 무거운 책임감은 어디갔는가? 더불어민주당이 새누리당(현재 국민의힘)보다 배 이상의 의석을 얻은 것은 민심이 반영된 결과다. 10년 이상 굳어진 예산결산특별위원장(본예산)선출 관행은 여야 합의가 없으면 그간 관습대로 접근하는게 맞다.

국민의힘은 막무가내식 떼쓰기를 중단해야 한다. 집행부나 더불어민주당의 의도대로 끌려가지 않겠다며 야성의 면모를 발휘하려 한다 해도 방법이 틀렸다. 깔끔하게 양보하고, 예결위에서 집행부 예산을 치열하게 심사하는게 옳다.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또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여야는 남은 기간 동안 타협과 설득의 묘를 살려 슬기롭게 해결해야 한다. 아무튼 완장을 누가 차든 서로 상처뿐인 영광일 뿐이다. 세밑 코로나19 대유행, 이로 인한 경제난 속에 시의원들이 서로 격하게 으르렁대는 모습이 겹치면서 끝이 보이지 않는 고단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시민들을 더욱 짜증나게 하고 있다. 원주시의회가 ‘갈등 바이러스’의 숙주가 되기 전에 이제 시민들이 대대적인 방역에 나설 때가 아닌가 싶다. 시의원들이 지역의 공기를 맑게하는 행복바이러스가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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