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굿바이 원주역, 그리고 치악산 철길
[문화칼럼]굿바이 원주역, 그리고 치악산 철길
  • 전영철
  • 승인 2020.11.29 2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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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장]
△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장]

여행을 좋아하는 마니아들 사이에 요즈음 원주역이나 청량리역에서 기차를 타고 치악산 또아리굴을 거쳐 제천까지 갔다 오는 무궁화열차 탑승이 기간한정판 여행이 되고 있다. 팬데믹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색다른 기차여행을 불러오게 한 이유는 무엇일까?

12월말이면 열차가 더 이상 원주역에서 제천까지 가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무실동에 조성 중인 남원주역이라 불리는 신원주역이 문을 열고, 백운산 밑 땅속 터널로 제천까지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중앙선 철길이 열린 것은 1899년 경인선, 1905년 경부선, 1920년대 호남선 철도에 비해 늦게 개통한 이유는 험준한 지형 탓이었다. 강원도 산간에서 나는 목재, 농산물, 광산물 들을 쉽게 실어가기 위해서 서울에서 이곳을 거쳐 경주에 이르는 철도를 중앙선이라 불렀다. 서울 말씨와 강원도, 충청도, 경상도 사투리들이 뒤엉킨 우리나라의 백두대간을 따라가는 열차였던 것이다.

중앙선 철로 개통으로 남한강을 따라 섬강을 거쳐 원주천까지 올라와 배를 붙들어 매 놓았던 곳이라 해서 정지 뜰이라 불렀던 곳에 소금 배와 장삿배가 더 이상 오지 않았고 우산동과 학성동을 중심으로 철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가 형성되었다. 신림, 반곡역, 간현, 양동에서 원주까지 통학과 출퇴근하는 중요한 여객을 실어 나르는 혈류와도 같은 길이었다. 1971년에 원주에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1975년 강릉까지의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기까지 엄청난 석탄과 시멘트, 목재,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길이었던 것이다.

치악산을 따라가다 기차가 지칠 즈음이면 산이 너무 높아 감아 돌아가는 일명 똬리굴이라 불리고 토목공법 중 루프방식이라 불리는 공법을 우리나라 태백선, 중앙선 소백산 지역밖에 없는 공법을 도입하였고 이곳 터널의 길이만 1,970미터로 엄청났다. 이 똬리굴 속에는 작은 연못과 석순과 종유석이 있다. 문인들은 신비로운 이 길에 주목했고 꽤 많은 작품 속에 중앙선 금대리 또아리굴은 등장하게 되었다. 이런 길이 더 이상 화물열차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는 열차가 다니지 않는 폐선이 되는 것이다.

원주시와 코레일은 이 중앙선을 새로운 휴식과 여가활동을 위한 문화와 관광의 공간으로 새롭게 나게 할 것이다. 누구는 이 길을 통해 청운의 꿈을 꾸면서 상경을 했을 것이고 누구는 외지에서 실패를 맛보고 다시금 고향으로 돌아왔을 것이다. 누구는 입영열차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잠시 이별을 했을 것이다. 이 길이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새로운 길에는 시속 260km의 속도를 내는 한국형 차세대 고속열차인 EMU가 다닐 것이다.

우리에게 탑승권이 주어질 시간은 한 달 제천과 서울을 가리지 않고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고 나름 원주는 많은 유동인구 속에서 선제적 대응으로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국에서도 많은 여행 마니아들이 중앙선 제천행 무궁화 열차에 오르는 이유는 자기의 성장과 가족의 성장과 고향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던 개인과 지역의 서사를 기억하고 또 그 기억을 오롯이 남겨두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우산동으로 들어와 학성동, 중앙동을 거쳐 봉산동, 행구동, 반곡동, 금대리, 신림을 통해 갔던 그 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억해야 할까? 그리고 우리는 그 길에서 무엇을 자신과 지역에게 약속해야 할까? 그러면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듬뿍 바르고 중앙선 제천행 무궁화 열차에 올라보자.

이 길을 내기 위해 고생했던 수많은 우리의 할아버지, 근대화 시대의 우리의 부모님 세대들을 만나고 그 어려운 시대를 같이 살아왔고 살아갈 동행인들을 만나는 자체로 우리는 응답하라1988, 1994, 1997에서의 우리의 모습을 만날 것이다. 마지막으로 80여년 가까운 시간 동안 고생했던 중앙선 폐선 예정 철로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안녕 원주역, 중앙선 금대리 철길 당신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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