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코로나19 도가니’...자치단체장 평가
[비로봉에서] ‘코로나19 도가니’...자치단체장 평가
  • 심규정
  • 승인 2020.12.0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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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럭비공 같은 코로나19에 무력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말 최초 확진 이후 올해 3월 소멸설이니, 6월 소멸설이니 섣부른 전망이 많았지만, 질풍 같은 기세는 여전하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확산 차단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사실상 뒷북 신세나 다름없다. 도시 전체가 휘청이고 있다. 완전 종식이 물 건너간 건 아닌지 회의감과 함께 불안감이 엄습해오고 있다.

“이제 코로나 19 사태 이전의 사회는 잊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바이러스와 공존해야 하는 현실이 우연인지, 운명인지 참 아이러니하다. 어쩌다 우리 처지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게 됐는지 그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문제는 모든 고병원성 바이러스가 인수공통감염병(人獸共通感染病)이라는 점, 전염병 유행 간격이 더 좁아질 것이란 점, 인과율을 속단할 수 없다는 점, 예고 없이 순식간에 찾아온다는 점이 우리의 마음을 더욱 옥죄고 있다.

요즘 백신 개발 소식이 속속 들려오고 있지만, 효과와 부작용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효과를 입증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데다 백신이 바이러스의 변이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어 이러다 무장해제당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자치단체마다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금 모든 사회시스템이 개조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 서비스 부분 침체에 따라 환대산업과 위축산업이 뚜렷해지고 있다. 산업생태계의 지각변동은 이미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으로 다가왔다. 따라서 자치단체마다 SOC확충, 각종 개발 중심의 재정 집행 구조도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시민의 안전, 건강, 힐링에 예산을 거의 몰빵에 가까운 수준으로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이런 가운데 앞으로 제2, 제3의 변종 바이러스 출현이 현실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향후 자치단체장의 직무평가에 방역대책이 주요 평가항목으로 포함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고지순의 가치인 시민의 생명,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자치단체장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 잣대, 이를테면 일자리를 몇 개 만들겠다고, 도로를 몇 개 개설하겠다고, 소외계층을 어떻게 챙기겠다고 약속하고 이를 얼마나 이행했는지에 의해 크게 좌우됐다. 하지만 이제는 전염병 대응능력이 평가의 제일 앞자리를 차지하게 될 것이다.

확진자가 많고 적음에 따라 방역의 성패 여부를 따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구밀도, 지리적 여건 등 수많은 변수가 상존하고 있는 만큼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다. 행동 백신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얼마나 잘 끌어냈는지, 진단검사 등 방역대책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섰는지, 주요 평가항목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원주시가 취약시설 종사자와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진단검사에 나선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정부의 진단검사 메뉴얼을 훨씬 뛰어넘는 공격적인 접근법이다. 검사결과 다행히 확진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앞으로 더욱 확대하겠다고 하니 지역감염 확산 저지에 어떤 효과를 미칠지 두고 볼일이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 지금과 같은 준전시 상태에서는 사소한 오해가 과잉, 과장을 불러와 불신을 초래하는 만큼 행정의 투명성과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법적 테두리를 무시할 수 없지만, 될 수 있는 대로 시민들 눈높이에서 공개해야 한다.

아무튼 자치단체장에게 방역 성패여부가 두고두고 꼬리표처럼 달라붙을 수밖에 없다. 오는 2022년 6월 1일 지방선거가 첫 관문이 될 것이다. 후보 간 방역대책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군웅할거하는 입지자들은 단단히 공부해야 할 것 같다. “중앙정부도 코로나19 저지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는 있는데 자치단체가 별수 있냐”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앉아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만은 없다. 최악의 순간에서 때때로 더 나은 도약을 위한 최선의 기회가 창출될 수 있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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