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칼럼에서는 ‘Horn’이라는 단어의 전반적 의미와 함께, 넓은 의미의 ‘Horn’에 대한 이야기와 ‘Horn’이라는 단어가 접미사처럼 뒤에 붙은 악기들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이번에는 “좁은 의미의 Horn(이하 호른)”에 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1) ‘호른’의 명칭과 특징

‘호른’의 정식 명칭은 ‘French Horn’으로 금관악기군에 속하며, 금관악기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오케스트라에 편입된 악기이다. 오케스트라에서 금관악기의 중음역을 담당하는 이 악기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포근함으로 멜로디 연주보다는 주로 화성과 리듬을 채워주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

‘호른’은 금관악기 중에서도 관이 가장 길고, 마우스피스는 가장 작은 악기다. 그렇기 때문에 ‘호른’은 울림의 폭이 상당히 깊고 포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연주가 상당히 까다롭다는 단점도 있다.

필자가 대학생이던 시절 학교에서 베토벤의 ‘합창 교향곡’을 연주한 적이 있었는데, 3악장 중간에서 Horn 독주를 맡은 선배가 실수하여, 모두가 잠시 바짝 긴장했던 기억이 난다.

재작년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된 모 오케스트라의 베토벤 ‘합창 교향곡’ 유튜브 영상을 보니, 댓글 중 “호른 실수가 아쉽네요 ㅜㅜ”라는 반응이 있었다. 대학 선배가 실수했던 바로 그 부분이었다. 국내 유수의 오케스트라 수석 연주자도 가끔 실수할 수 있는 악기다.

오늘 감상할 차이코프스키 피아노협주곡 1번에 ‘후렉스’라는 필명을 쓰는 분의 댓글을 보니, 
“모 피아니스트가 그러던데 이곡 호른 첨에 삑사리 나면 그냥 다시 시작하자 하고 싶다고…”

‘호른’이 그만큼 연주하기 까다로운 악기라는 방증이다.

 

2) 야누스적인 악기 ‘호른’

로마 신화에 나오는 ‘야누스(Janus)’는 ‘처음과 끝’이요, ‘시작과 변화’를 상징하는 신이다. 한 해가 끝나고 새해가 시작되는 ‘1월(January)’의 이름도 여기서 유래된 것이다. 

바티칸 박물관에 있는 ‘야누스 상’은 두 개의 얼굴이 반대 방향을 보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다. 그래서 보통 “야누스적이다”라고 하면 사회적으로 “두 얼굴을 가진” 사람을 뜻하곤 한다. ‘호른’이라는 악기도 “두 얼굴을 가진 악기다” 말할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호른’은 금관악기들 중 가장 긴 관을 가지고 있지만 마우스피스는 가장 작다. 그로 인하여 포근한 소리와 함께 까다로운 연주 기법이 특징이다. ‘호른’의 두 얼굴을 단적으로 나타내는 설명이다.

‘호른’은 그 소리 또한 야누스적인데, 평소에는 특유의 포근하고 부드러운 소리로 인하여 오케스트라에서 “꽃다발의 안개꽃” 같은 역할을 하고, 금관 5중주는 물론 목관 5중주의 일원으로도 활약하지만, 셈여림 기호가 포르테(ƒ)나 포르티시모(ƒƒ)가 되면 매우 강력한 금속성 소리를 낸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피아노 협주곡 1번 첫 부분과 ‘드보르작’의 신세계 교향곡 4악장이다. 첨부된 악보들의 빨간 박스 안을 보면, 차이코프스키의 경우에는 ‘호른’끼리만 멜로디 파트를 연주하고 있으며, 드보르작의 경우에는 트럼펫과 함께한다. 두 곡 모두 셈여림은 ‘포르티시모(ƒƒ)’다.

 

 

 

3) 이조악기 ‘호른’

호른은 이조악기(F조)이다. 즉 호른 연주자가 ‘C’ 음을 연주하면 실제로는 ‘F’ 음이 난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작/편곡자는 악보에 실제 음보다 완전5도 위의 음을 써야 하며, 그렇게 그려진 악보를 ‘기음(記音)’, 또는 ‘기보음(記譜音, written pitch)’이라 한다. 가끔 지휘자의 편의에 따라서 실제 소리 나는 음으로 기보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를 ‘실음(實音, actual pitch)’이라고 한다.

 

https://youtu.be/bRIydLOyp1Y (차이코프스키)

 

https://youtu.be/mJjk7vbVaOY (신세계 교향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