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김규성 作 / 고목
[시가 있는 아침]김규성 作 / 고목
  • 임영석
  • 승인 2020.12.2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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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목

-김규성 (대전 유성)

 

뭐 볼게 있다구 자꾸 보는 겨?

가슴은 처지고 삐진 옆구리 살
말이나 말아먹지 말지
거추장스러움은 곧잘 벗어던진다
팔뚝은 굵어 어지간한 살림
부탁하지 않는다
고운 데라고는 하나 없는데
자꾸 본다

이따금
새 달 구름 푸른 이파리
머리핀 꼽는다
부조화가 파격이자 매력이다

무심한 척 골똘하다

 

김규성 시집 『뜻밖이다』, 《한솔》에서

 

 

요즘 동명 2인이 많아 혼동을 피하기 위해 이름 옆에 시인이 사는 지역을 적었다. 내가 아는 김규성 시인은 광주에 사는데? 언제 대전으로 이사를 갔을까 의문을 가졌는데 다른 시인이었다. 시집을 펴 놓고 읽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조금은 떨어져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가까이 다가가 바라보는 것이 아니다. 먼 산 전체를 보기 위해서는 산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야 산이 보인다. 산속에 들어가면 산의 나무나 돌, 바위만 보고 온다. 마치 그런 심정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했다. 한편으로는 부정적인 것과 긍정적인 것이 혼동될 수도 있겠구나 염려가 되지만, 이것은 오랜 시간 세상을 살아온 경험이라는 것이 있기에 가능하다고 본다. ‘고목’은 오랜된 나무를 말한다. 한쪽 몸은 썩어가고 가지는 삭아 부러지고 흠과 흉이 많은 나무다. 지난 세월 그런 삶을 겪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달과 해 구름이 스쳐 가면 늘 새로운 장식이 된다. 해와 달 스쳐가는 구름은 고목에게는 늘 새로운 미래다. 김규성 시인이 바라보는 세상의 장식은 내 몸 가까이 두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고자 하는 조화의 균형미 속에서 바라보는 가치가 모두 한 몸이라는 것이다. 무심한 척 골똘하다는 말은 바로 해와 달 구름이 스쳐가도 잡아두지 않는 고목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그게 세월이고 삶이라고 본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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