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원주의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세상의 자막들]원주의 문화에 대해 생각해 본다
  • 임영석
  • 승인 2021.01.17 2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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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요즘 들어 문화도시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다. 문화도시라는 말의 의미부터 새겨야 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한 공간에는 사람이 만나는 장소가 있어야 하고, 걸어 다니는 길이 있어야 하고, 먹어야 하고, 잠 자야 하고, 아이들을 낳고 길러야 한다. 그 여건이 충족되면 몸과 마음을 쉴 공간이 있어야 한다. 그 공간이 바로 문화가 있어야 할 자리이다. 

문화에는 사회 전반의 모든 분야가 다 포괄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예술, 체육, 학문, 전통, 역사, 자연 등등 사람이 살며 느끼는 모든 부분이 문화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래서 옛 보부상이 걸었던 길을 복원하여 마음의 쉼터로 만든다든지, 도시개발을 하며 사라진 마을의 전통을 보존한다든지, 농사를 지으며 썼던 농기구들을 전시하여 과거의 모습을 잊지 않게 하는 것 등이 모두 문화를 알리는 방법들이다. 

원주는 군사도시로 잘 알려진 도시다. 그럼에도 군사도시에 걸맞은 군 문화를 대표할 만한 박물관이나 전시관이 없다. 한 예를 들면 전남 순천에 살던 시인이 젊었을 때 원주에서 군대 생활을 했던 추억을 잊지 못하여 해마다 나에게 전화를 해서 추억담을 들려줬던 기억이 있다. 외출을 나와 군인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았던 일, 휴가를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렸던 일 등등 많은 일상의 이야기를 해 주었다. 그럼에도 원주에는 군 문화에 대한 어떤 전시관이나 기록 등을 이야기해 주는 박물관, 전시관이 없다. 근대화, 현대화라는 이름하에 군대라는 장벽이 높을 뿐이다. 많은 젊은이들이 젊음의 시간을 생활했던 삶의 시간에 대하여는 모두 휴지조각처럼 버리고 있다. 

원주가 문화도시로 지정이 되었다고 들었다. 무엇이 문화도시를 만들 수 있는지 다각적으로 검토를 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인 부분, 예술적인 부분, 생활적인 부분, 자연적인 부분, 일상적인 부분 등에서 원주시민이 피부로 느끼는 문화가 도태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제도를 만들어야 문화도시의 위용을 갖출 것이다. 군 문화는 보안이 있고, 제도적 한계가 분명 존재한다. 예술가는 예술을 보존하고 알리는 방법에 최선을 다해야 하고, 역사가는 역사의 흐름을 시대에 반영에 다시 조명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언론은 그 흐름의 방향에 대한 올바른 지적을 해 주어야 한다. 

문학 창의도시로 선정이 되었다고는 하나 원주시민이 느끼는 피부온도는 높지 않다고 본다.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다수의 시민들이 문학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야 진정한 문학 창의도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여 원주신문과 원주교차로에 많은 시인들의 시를 해설하여 일반 시민이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창의란 새로움이다. 새로운 방법을 제시해 주는 문학이 문학 창의도시가 아닐까 생각한다. 과거의 문학을 알리는 방법, 그리고 새로운 문학을 알리는 방법이 진부적이야 할 것이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 언덕에 서서 / 내가 /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밤새 / 언덕에 서서 /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 그 까닭만은 아니다. // 언덕에 서서 / 내가 /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 천상병 시 「강물」전문

그렇다.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을 몰라도 우리들 삶은 지속되고 계절은 바뀐다. 문화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바뀌듯 늘 새로운 자연의 모습 같은 것이다. 그 새로움을 잊지 않게 만들어 가는 삶이 문화다. 문화도시, 문학 창의도시, 근사한 구호 이면에는 원주시민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 진정한 문화가 알려지고 만들어지고 보존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원주의 군사문화 박물관, 또는 그 전시관을 제안해 본다. 작년에 핀 꽃이 졌다고 아쉬워하지 않는 건, 꽃나무가 새롭게 다시 꽃을 피운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 믿음의 뿌리가 문화의 근본이다. 문화는 소비가 아닌 사람의 마음에 삶의 활력을 각인시켜주는 희망으로 비추어질 때 그 존재감이 나타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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